책의 몸을 만듭니다

독서의 기록 기획에서 출간까지

by 꿈꾸는 유목민

https://brunch.co.kr/@ahava96/392 (독서의 기록, 책 제목 찾기)


그 다음 난관은 책의 표지였다. 디자인 감각이 없는 나는 어떤 책 디자인이 되었으면하고 바랜적은 없었다. 책을 많이 읽기는 하지만 책의 몸에는 관심이 그닥 없었다. 책이 예뻐야 책을 구입한다는 사람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추상적으로 표지는 어떤 여성이 글을 쓰는 책상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나는 커피를 마시는 장면의 감성과 비슷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대표님께서 '표지는 유유출판사 스타일로 갈게요'라고 말씀하셨을 때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대표님은 나의 애매한 태도를 알지 못했다) 출간기획서에 낭낭작가님의 일러스트가 지원될 예정이라고 썼는데 편집자는 내 글과 낭낭작가의 그림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며 일러스트는 빼는게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물어왔다. 낭낭작가님도 예전부터 그림은 글에 어울려야하는데, 일러스트가 꼭 들어가야하는건 아니지 않냐며 나를 설득 중에 있었다. 낭낭작가님의 그림이 내 책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그걸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편집자의 의견대로 삽화는 빼기로 했다.


책의 표지를 만들 때 편집자는 디자이너에게 표지 의뢰서라는 걸 보낸다. 그러면 글로 느낌적인 느낌을 쓰면 그걸 디자이너는 유형의 그림으로 만들어내거나 책 표지 디자인을 찾는 방식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독서는 삼성 여성 부장이 고액 연봉 대신 택한 파이프라인입니다.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어 경제적 자유와 더 나은 삶을 찾아가는 작가의 스토리와 구체적인 방법을 담았습니다......" (편집자의 표지의뢰서 中) 그리고 직접적으로 돈이 연상되는 것이 아닌 인생에 대한 지적인 인생투자서의 느낌이되었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여주셨다. 메인타이틀은 독서의 기록이고 서브타이틀은 '인생을 바꾸는 작은 기적'이라고 적었는데, 여기서 나중에 낭낭작가님이 카피라이팅을 '내 인생을 바꾸는 작은 기적'으로 바꿔주신건 신의 한수였다. 타이틀, 서브타이틀, 띠지문구까지 표지의뢰서에 적혀있었다. 띠지도 들어가는건가? 싶었다. 솔직히 나는 책을 읽는데 띠지가 있으면 방해가 되기 때문에 띠지를 떼서 버리거나 접어서 책에 끼워놓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른 도서인플루언서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분은 띠지에 따라 출판사에서 책을 신경썼는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하셨다-근데 그거 아니에요.. )


독서의 기록표지.png 독서의 기록 처음 표지 시안


표지의뢰서를 편집자가 디자이너에게 보내고 1주일 후에 표지시안 6가지가 나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고 좌절했다. 첫 눈에 딱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표지가 6개 중에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계속 눈을 씻고 보면서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고 이 중에서 선택하려 했다. 낭낭작가님에게 표지 시안을 보내놓고 어떤게 눈에 띄냐고 물어봤다. 낭낭작가님은 화면으로 보면 모르기 때문에 프린트를 모두 해서 벽에 붙여놓고 살펴보았다. 편집자는 2번과 5번은 빠졌으면 좋겠다고 했고, 1번을 선택했다. 대표님은 2번을 선택했다. 나는 4번이었다. 나의 아이는 거기에 거들어서 3번이 마음에 든다며 꼭 이 표지로 선택하라고 애원을 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귀엽다....하지만 이건 아무리 아들이라도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다)


나는 독서의 기록이긴 하지만 기존에 보던 책들과 비슷한 느낌이고 너무 딱딱한 느낌이 있어서라고 글 끝을 흐리고.. 표지가 좀 감성포인트가 있고 눈에 확 띄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약속이 있어서 먼 거리를 운전하고 가는 가운데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낭낭작가님과 다시 통화를 하며 "이모, 그려놓은 그림 없을까?"라고 물어보자 낭낭작가님이 몇 달 전 준비해두었던 책의 삽화 몇 장을 보내줬다. 책에 들어가려고 했던 삽화가 책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어긋나서 아무곳에도 쓰이지 않고 가지고 있었던 그림들이었다. 내가 원했던 일러스트였다. 특히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파도에서 서핑하는 여인의 그림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낭낭작가님이 일러스트에다가 독서의 기록을 쓰고, 책을 급조로 그리신다음 그 위에 내 인생을 바꾸는 작은 기적이라고 써서 보내줬다. 일러스트를 바로 대표님과 편집자 대화창에 보냈다. 대표님은 누구의 일러스트냐고 물었고 편집자는 일러스트가 예쁘긴한데 몇 년 전 유행했던 스타일이고 내 글이 꽁냥꽁냥하는 게 아니라서 일러스트보다는 1번이 좋겠다고 의견을 고수했다. 블로그 이웃 중 웹디자이너가 있어서 표지 후보를 보내주었더니 입체적으로 그림을 다시 만들어주었다.


독서의 기록표지3.png


책 표지 시안 중 4개를 고르고, 낭낭작가님의 일러스트 1개를 넣어 총 5개의 표지 시안을 뽑고 투표에 붙이기로 했다. 솔직히 대표님은 낭낭작가님의 일러스트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하셨다. 하지만 편집자의 의견도 존중해야했고, 예비독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표지 투표를 진행했다. 대표님이 왜 낭낭작가님의 일러스트를 보자마자 좋아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6개월 후에 풀렸다. 김초엽 작가님의 북토크가 제주 동네책방에서 열렸는데, 그때 내가 처음으로 책 표지가 예뻐서 산 책이 있었다. 바로 프랑스와즈 사강의 책이었는데 책의 몸이 전체가 주황색이었다. 내가 책을 고르자 대표님께서는 책 제목도 보시지 않고 "그 책 저 살거에요!'라고 말씀하셨다. 알고보니 대표님은 주황색 표지가 있는 모든 책을 모으신다고 하셨다. (주황색 책표지 사랑)다시 생각해도 재밌지만, 대표님이 주황색 책의 몸을 사랑하시니 지금 생각해도 다행이다.


내가 알고 있는 커뮤니티와 블로그, 대표님께서 활동하시는 커뮤니티에 표지 투표를 진행했다. 마케터가 올린 표지 투표 후기에서는 총 224명이 투표를 했고, 그 중에서 30%가 낭낭작가님의 일러스트를 골랐다고 했다. 2위는 23%로 2번, 1번은 20%로 3위였다.


마케터가 정리한 1위를 선택한 이유 중 몇가지를 골라보았다

1. 한눈에 내용이 들어오네요

2. 독서기록으로 여유로운 삶을 이뤘다는 느낌이 옵니다

3. 강렬함

4. 독서는 트랜드 서핑의 시작이다

5. 꿈유님의 이미지가 보여요. 느낌이 좋아서요

6. 독서라고 하면 꽤 진지하고 무겁게 여기는 분들이 있을텐데 가볍고 즐거운 느낌을 주는 표지라서 선택

7. 독서를 시작하는 아이들을 고려해 MZ 느낌같고, 전 연령층 타겟 가능할 것 같습니다

8. 인생을 바꾸는 작은 기적이라는 문구가 서핑을 하는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니 더욱 와닿습니다

9. 책을 읽으면 인생이 역동적으로 변화할 거라는 느낌이 드는 그림이어서요

10.인생의 파도를 타고 멋지게 항해하는 작가님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삼성부장보다 대기업 부장이란 말이 더 좋아요.

11. 파도타는 모습이 자유로워보여요. 나도 저렇게 파도를 타고 싶다,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다는 걸까?궁금해서 책을 읽고 싶다는 느낌이 더 강해져요.

12. 책을 보았을 때 지루해보이지 않고 읽고 싶어지는 표지예요! 독서의 기록이라는 제목이 자칫 뻔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감해지며 오 재미있겠는데?하며 읽고 싶어지는 책표지...


등등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셨다. 지금 정리하면서 읽으니 예비독자님의 표지의견이 정말 맞았던듯하다. 마지막에 엄마인듯한 의견에 다시한번 빵 터졌다

"사랑하는 울 딸 예진아! 그동안 너의 수고와 인내로 아름다운 인생길을 걷고 있는 울 딸 예진이를 응원하며 항상 기도한단다. 예진 사랑해"


제주에서 알게 된 지인은 카톡을 보내서 무조건 파도타는 일러스트로 정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책을 많이 읽고 책의 몸이 좋아 책을 선택하고, 책이 너무 좋아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책방까지 운영하는 분이었다. 삼성부장이라는 타이틀은 책 표지에서 빼는게 좋다는 의견을 준 것도 그녀였다. 이미 정해진 표지였지만 응원군의 확신에 찬 의견을 들으니 내 마음도 확고해졌다.그렇게 표지는 정해졌고, 대표님께서는 낭낭작가님께서 일러스트를 다시 한 번 마무리해서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내가 그걸 잘 못 해석해서 다시 하나 그려달라는 줄 알고 낭낭작가님께 또 다른 작품을 의뢰했다. 그래서 일러스트가 하나 더 나왔다.


독서의 기록표지4.png


파도 그림과 책을 읽으며 가는 여성의 그림 투표를 다시 붙였는데 다시 파도타는 여인 일러스트가 압도적으로 표가 많이 나와 최종결정되었다. 책 표지를 파도타는 여인으로 선택한 건 신의 한수였다. 출판사와 책을 함께 만들때 작가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는데 퍼블리온 출판사는 전적으로 작가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출판사였다. 물론 작가의 의견이 영 아니어서 책이 산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있을텐데, 노련한 노하우의 대표님은 그때의 상황에 맞게 작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본인이 결정해야하는 상황에서는 확실히 결정해주셨다.


그래서 독서의 기록은 책의 시안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쩔쩔매던 나에게 나타난 은인들의 합작품이다. 멋진 일러스트를 그려준 낭낭작가님, 그리고 주황색 책의 몸을 사랑하시는 대표님, 그리고 독자들의 적극적인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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