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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Feb 16. 2024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교정 교열

첫 책 기획에서부터 출간까지

책의 제목과 몸을 정하는 동안 편집자와는 교정 교열을 했다. 원고의 초고는 출판사에 투고가 된다. 초고는 약 80% 정도 완성이 되어 계약 기간까지 초고를 모두 마무리하여야 한다. 나는 편집자가 정해지고 초고와 원고의 방향이 다 뒤집혀야 하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편집자가 연락이 없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좌절하거나 뒤로 미루지 말고 일단 초고를 완성해야 한다. 초고를 완성하면서 상당히 신이 났다. 정말 작가가 된 기분이었다. 새벽 기상의 목적이 뚜렷하니 일어나는 게 힘들지 않았다. 눈을 뜨면 뜨거운 물을 떠서 서재로 가서 ‘니체의 말’ 필사를 하나 하고, 한글 파일을 열었다. 남겨진 20%의 원고는 가장 쓰기 싫었거나, 가장 할 말이 없거나, 어쩌면 가장 잘 쓰고 싶어 남겨둔 부분이기에 원고의 진도는 잘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꾸역꾸역 꼭지 하나씩을 완성해갔다. 그날 써야 할 분량이 끝나면 브런치를 열어 그 날의 회고를 니체의 말과 함께 기록했다. 기획할 때 쓰지 않았던 한 꼭지를 추가했다. 초고를 얼른 완성하고 편집자에게 보냈다. 편집자는 초고를 받고도 아무 의견이 없었기에 일단 퇴고를 시작했다. 편집자가 초고를 읽고 그곳에 교열을 시작할까 봐 퇴고를 바삐 서둘렀다. 


퇴고할 때는 프린트를 해서 보는 게 기본이다. 내가 스스로 나의 빨간펜 선생님이 되어 고쳐야 할 곳을 확인했다. 어색한 문장들을 바꾸고, 빼야 할 문장들을 빼는…. 말 그대로 퇴고 작업을 했다. 많은 작가가 본인의 원고를 퇴고할 때 프린트를 하고 그걸 큰 소리로 읽어보며 어색한 곳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큰 소리까지는 아니지만 중얼거리면서 다시 확인했다. 이제 편집자의 판단만 기다리면 된다. 한글 워드 파일에서 교정 교열을 주고받는 과정 한 번이 끝났다.      


지금쯤 기획을 뒤집어야 할 텐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디자이너에게 원고가 넘겨지면서 인디자인이라는 편집 도구에 내 원고가 얹어졌다. 무언가 계속 찜찜한 기분이 들었으나 이제 원고는 인디자인에 얹어졌으니 수정을 많이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주변에 작가들은 내가 고치고 싶을 때까지 끝까지 고쳐야 한다고 하고, 편집자는 많이 고치지 말라고 했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편집자는 작가의 글을 다 뜯어고치고, 어색한 부분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아주 약식으로 이루어진 느낌이었다. 내 글이 완벽할 리 없는데 말이다. 교정, 교열은 PDF 파일로 했다. 편집자가 인디자인에서 PDF로 변환된 파일에 교정, 교열하면 그걸 디자이너가 적용해서 다시 수정하는 방식이었다. 원래는 1, 2차 교정, 교열에 작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라고 하는데, PC 교열을 거의 하지 않았으니 끼어들어 1, 2차 교정, 교열에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정리했다. 다행히 편집자가 반영해주었다. 한글 파일에 캡처해두었던 사진은 쓸모가 없기에 책에 나올 사진들을 다시 정리해서 번호를 붙이고 이메일로 보냈다. 이를 디자이너가 활용한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계속 의문이 남는 사항이 있었다. 바로 에필로그이다. 에필로그는 책의 맨 끝에 담기는 내용으로 책을 만들어준 사람이나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거나 작가가 글을 마무리하는 데 중요한 꼭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편집자가 에필로그를 끝까지 요구하지 않았다. 마지막 3차 교열을 할 때쯤 이메일에 몇 가지 질문 사항을 보내면서 에필로그는 언제 필요한지 궁금하다고 문의했다. 편집자는 요즘 추세는 에필로그를 쓰지 않는 거라고 답변을 보냈다. 대표님께서는 바로 전화를 하셨다.      


“작가님, 에필로그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작가가 결정하는 거고, 당연히 에필로그는 교정, 교열할 때 이미 썼어야 하는 거죠”


이미 늦었다는 말씀이셨다. 하지만 나는 에필로그 없이 내 글을 마무리 하고 싶지 않았고, 대표님과 편집자는 양보해서 반나절의 에필로그 작성의 시간을 허락했다. 다행히 에필로그는 가장 중요한 꼭지라 노션과 다이어리에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떤 문구와 내용을 써야할 지 메모를 해 둔 게 있었다. 그래서 급하게 반나절 만에 에필로그를 완성해서 보냈다. 다행히 대표님께서 에필로그가 들어간 게 글을 마무리하는데 훨씬 좋다고 답변을 보내시며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3차 교열까지 마치고 육지여행을 갔다. 롯데월드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마지막 오케이교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남편과 아이만 롯데월드로 들여보내고 나는 근처 스타벅스에서 교정, 교열을 다시 했다. 고쳐도 고쳐도 계속 새로운 수정사항이 나왔다. 현업에서 물러나신 지 20년이 넘으신 대표님께서 직접 나섰다. 특히 대표님께서 프롤로그에 언급된 유명한 작가님 이름이 잘못된 걸 찾아내셨을 때는 마음이 덜컹했다. 3차 교정, 교열까지 간다고 했는데 대표님과 디자이너 실장님도 교정, 교열에 참여하면서 6, 7차까지는 간듯했다. 남편과 아이가 롯데월드에서 신나게 놀고 돌아왔을 때쯤 최종본을 넘겼다.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가끔은 인쇄를 넘기는 과정, 인쇄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다시 인쇄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곤 한다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초보 작가의 출간에 인쇄사고까지 발생하면 끔찍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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