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았던 북토크 현장
‘독서의 기록’이 출간되고 대구에 사는 윤정쌤이 연락을 해왔다. 제주에 세 아들을 데리고 방문했을 때 담소를 잠깐 나눈 적이 있는 분이었다. 윤정쌤은 대구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가끔 작가와의 만남을 가끔 추진한다며 대구 독서모임에 와 줄 수 있냐는 제안을 했고 당연히 수락했다. 동네 책방 정글북에서 인스타 DM이 와서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대구는 시댁이 있는 곳이라 익숙했다. 동서 집에서 2박 3일을 머물기로 했는데 시어머님께서 며느리가 책을 냈다며 격려차 동서 집에 오셔서 함께 머물렀다.
책을 내면서 왜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내 책을 읽으시리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을까? 어머니가 독서의 기록 책을 구매해서 자원봉사하고 계시는 도서관에 한 권을 기증했고, 어머니도 한 권을 읽고 계시다는 제보를 동서로부터 받았다. 당황스러웠다. 책 초반에는 남편 이야기가 있다. 대구 장남으로 자기의 이상형은 현모양처라고 하면서 맞벌이는 당연했고, 육아와 집안일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는 이야기였다. 시어머님으로서는 아들 흉을 며느리가 책에 썼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머님은 일절 책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셨다. 다만 “수고했다”라며 등을 두드려주실 뿐이었다.
엄마들의 꿈을 꾸는 독서 모임답게 아침 8시부터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원래는 오전 7시에 하는데 1시간 늦추었다고 한다. 나도 새벽 북토크가 익숙하기에 어렵지 않게 정각 8시에 도착했다. 나들리 나온 것처럼 엄마들이 멋지게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오셨다. 30명이 넘는 인원이 오전 8시, 동네 책방 정글북을 가득 채웠다. 책을 현장에서 구매하시는 분들을 위해 하나하나 예쁘게 포장한 책방지기, 독서의 기록 표지를 본인의 그림 솜씨로 직접 그리신 윤정쌤이 이른 아침 북토크의 감동을 더 했다. 내가 미니강연을 하고 사전 질문에 대해 대답을 했다. 그리고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한 명씩 듣는 시간을 가졌다. 신선했다. 시간이 두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대부분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계셨다.
어떤 분은 독서모임 멤버는 아니었고, 동네에 정글북이라는 책방이 있어서 좋아했더니 남편이 “함부로 가지 마라”고 했다고 한다. 아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한숨을 푹푹 쉬며 청소기를 돌린다는 전형적인 대구 남편이라고 했는데, 윤정쌤의 남편은 예전에 “책 좀 읽어볼까”라고 하면 “쌀이나 씻거라, 고마”라고 했다는 일화를 들려주어 모두를 웃프게 만들었다. 그분은 유튜브도 하고 원고도 써 놓으셨는데 실행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 북토크를 계기로 새롭게 시작할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실제로 몇 개월 후 그분은 공저 출간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 분은 워킹맘으로 지내시며 너무 힘든데 독서의 기록을 읽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울컥하셨고, 어떤 분은 원래 자기계발서 읽는 걸 안 좋아하시는데 ‘독서의 기록’은 버스에서 읽으며 어느 포인트인지 모르게 울컥했다고 간증하셨다. 왜 사람들이 인간극장을 보는지 알았다며, 나와 같은 일반인의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고 하셨다.
나와 함께 온 동서는 차를 운전하고 가면서 나보다 훨씬 많이 떨었다. 독서모임의 자리도 처음이고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도 처음이라 상당히 당황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유일한 남자 청중이었다. 북토크가 시작되고 30분가량 지났을 무렵 어떤 청년이 동네 책방 정글북을 향해서 저벅저벅 걸어오길래 잘못 들어온 줄 알았는데 빈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할 차례가 되자, 본인은 어제 군에서 휴가를 나온 군인이라고 해서 한차례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버지가 여기 가라고 해서 왔어요. 책도 안 읽었고요, 작가님 누군지 몰라요”
동네 책방은 이미 하나가 된 엄마 청중들의 웃음소리로 들썩였다. 정글북 책방 지기님은 센스있게 ‘아무튼 군대’라는 책을 청년군인에게 선물했다. 실은 그 청년의 아버지가 내 블로그 이웃이었다. 대구에서 북토크를 한다고 하자 본인은 약속이 있어서 가지 못하고 자녀를 보내겠다고 댓글을 쓰셨는데 자제분이 군인이라고는 밝히지 않으셨다. 군에서 휴가 나와서 노느라 바쁘고 피곤했을 텐데 아버지가 아침 일찍 사전 정보 없이 가라고 한 북토크 장소에 온 청년이었다. 너무도 대구스러운 에피소드였다.
나에게 대구 북토크는 특별하다. 남편이 대구 사람이라서 그런지 책 속의 나에 이입하면서 읽은 독자들이 가장 많았다. 거기다가 윤정쌤이라는 독서모임 리더가 모임을 진심으로 이끌고 있다는 게 나도 느껴졌으니, 그들의 유대관계 또한 이번 북토크가 성황리에 끝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북토크를 마치고 일부 멤버가 점심을 함께 먹고, 커피까지 마시며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함께 있었는데도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헤어질 때 한마디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만나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