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인터뷰 싫어요 흑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작가의 책을 홍보할 때 출판사의 역할은 상세 페이지 작성, 보도자료 작성, 카드뉴스 만들기, 북트레일러 (홍보영상), 굿즈, 사전 이벤트, 서평단 모집 등이 있다. 하지만 1인 출판사는 이 중에서 몇 가지를 생략하기도 하는데 퍼블리온 출판사는 출판사가 해 줄 수 있는 영역은 모두 정성껏 해 주었다. 나 혼자만의 바람은 북트레일러 (홍보영상)를 살짝 제외하는 것이었지만 그 바람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퍼블리온에서 만든 책은 모두 홍보 인터뷰 영상을 만들어요”
“네?”
속으로 ‘대표님... 그것만은 제발...’이라고 외친다. 강의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괜찮은데 인터뷰 영상은 진짜 부담스러운 일이다. 인터뷰에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다. 서면 인터뷰도 해봤고,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을 하고 내가 대답하는 인터뷰 형식이라면 괜찮지만, 카메라를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려야 하는 인터뷰는 자신이 없었다. 퍼블리온 저자라면 다 해야한다고 하니 못하겠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걱정만 잔뜩 안고 제주로 돌아왔다.
출판사 대표님은 제주도에서 인터뷰 영상 촬영을 위해 육지로 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되니 인터뷰 영상을 찍을 사람을 제주에서 구해보라고 하셨다. 지인을 통해 제주에서 영상을 촬영하시는 분에게 확인해보니 견적이 35만 원이고 편집은 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한다. 너무 비싸다시며 아이디어를 주셨다. 제주 보배책방 대표님의 친구가 제주에서 영상 촬영을 하신다고 해서 급히 섭외하고 인터뷰 영상 촬영 장소는 보배책방이 되었다.
편집자가 뽑아준 인터뷰 질문지에 나의 대답을 글 쓰듯이 작성했다. 인터뷰는 말을 하는 것이라서 글을 쓰게 되면 문어체가 나와서 이상해진다는 걸 알았지만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쓴 책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인데도 인터뷰 문장으로 만들어야 하니 어려웠다. 원고를 쓰듯이 인터뷰 원고를 완성하고 당일이 되었다. 드라이클리닝 한 정장을 입고 다이슨 에어랩으로 머리를 말았다. 화장도 신경 써서 했다. 하지만 소개팅갈 때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잔뜩 꾸미다 과하고 어색하게 꾸며졌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같이 가준 동네 동생이 첫 번째 질문을 던졌는데 거기서부터 막혔다. 당황하지 않게 첫 문장은 모두 달달 외워야 한다고해서 계속 첫 문장만 연습했다. 영상 촬영하시는 분은 방송 촬영하듯이 멋진 장비를 설치하셨고,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내 목소리를 처음 듣더니 놀라시며 “목소리가.....”라고 말씀하셨다. “네.. 원래 목소리가 허스키해요”라고 대답했지만, 이날은 유난히 목소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질문을 해주고 대답을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여러 번 할 줄 알았던 대답을 버벅대며 말한 한 번으로 끝냈다. 다시 하고 싶은 부분이 있냐고 촬영 기사님이 물으셨지만, 다시 하고 싶지 않아서 편집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2주 후에 편집된 영상이 나왔다. 흑역사가 하나 만들어졌다. 나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나 출판사는 해당 영상을 인터넷 서점에 올렸고, 출판사 유튜브에도 업로드했다. 비밀로 하고 싶었으나 이미 공개된 영상은 남편까지 보았다. 남편은 신나게 웃더니 이웃 단톡방에 공유하려고 했다. 순간 욱했다. 평소에 내가 잘하는 건 모르는 척하더니, 자신의 눈에 웃기니까 공유하려고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공유하려고 하는 자신의 의지가 좌절되었지만 연신 싱글벙글하였다. 남편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흑역사가 확실하다. 가끔 ‘독서의 기록’ 서평을 네이버에서 찾아볼 때면 인터뷰 영상을 찾아다가 함께 올리는 독자가 있다. 그러면 가만히 눈을 감고, 그 서평의 인터넷 창을 살짝 닫아버린다.
책이 출간되고 한석준 아나운서에게 스피치 1대1 오프라인 무료 코칭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한석준 아나운서는 홍보 동영상을 잠깐 보셨는지,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미용실에서 머리 하신거죠? 그럼 어색할 수 있어요"
"아니요... 제가 말았어요..." (순간 침묵)
누구에게나 흑역사가 있다. 하지만 이건 실패는 아니고 그냥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 뿐이다. 더 예뻐 보이고 싶었는데, 과한 볼터치에 잔뜩 힘을 준 머리가 내 눈에 어색했고, 더 잘하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분들 찾아보시는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