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캐는?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를 읽고

by 꿈꾸는 유목민

나의 이름에는 재주藝 자가 들어간다.


아버지께서 그 시절 옥편을 들고 이쁘게 지어주신 이름이라 항상 이름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긴 한데, 어렸을때부터 나는 항상 나의 이름의 藝에 대한 의무감 같은 것이 있었다..


예술할때 藝인데, 나의 재주는 무엇일까, 나는 어떤 예술을 잘 할까..


피아노도 배우다 말았고 (소질없었음), 미술은 넘사벽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때 두명의 친구가 순정만화의 여주인공을 제법 잘 그렸는데 나는 아예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는 김진이라는 만화가가 그린 귀여운 마술사를 따라 그린 적이 있는데, 어머 내가 봐도 그림과 똑같다.. (아니 내가 봤기때문에 김진의 만화와 나의 그림이 똑같겠지..)


그때 나는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나는 모방을 잘 하는 사람이겠구나를 깨달았다.


올해 2월에 사진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핀터레스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사진을 찾고 그것을 똑같이 모방해서 찍으라는 과제가 주어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모든 예술은 모방에서 시작해서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그러고보니 모든 예술, 아니 직장에서의 일도 얼마나 모방을 잘 하냐에따라 레벨이 달라진다.

내 것이 없으면 일단 모방할 것.



내가 어떤 예술을 했었나 생각해보았다.


성인이 되어서 이것저것 많이 배워 봤는데, 민화, 타로카드, 유화, 탱고, 앙금 떡케이크등이다.


민화

임신했을때 태교로 그린다고 그렸고. (왜 민화로 선택했는지 모르지만 잘 선택한 듯)

복직 후에는 2년이 지나 다시 휴직할때 전투하듯이 그렸다. 그리고 복직 후 출장 다니느라 그만둔 그림.. 민화는 은퇴하고나서 계속 할 나의 오티움 (능동적인 취미) 중 하나이다.


타로카드

1년 반동안 해외프로젝트를 다니다가 운영을 시작하면서 좀 한가해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토요일에도 출근하라고 했지만, 토요일에 4시간 짜리 타로 수업이 있기에 "저 출근 못하는데요'라고 했다가 아직까지도 함께 일했던 분에게 회자되곤 한다.


타로카드는 재미 있었다. 나의 운명도 모르는데, 남이 뽑은 카드로 그 사람의 상황과 미래와 과거를 예측하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 있었다.

명동으로 실습을 나가보기도 했는데,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타로 선생님께서 모든 사주나 점은 공짜로 봐주면 그 사람이 나의 복을 가져간다고, 꼭 복비를 받으라고 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공짜로 듣길 좋아했다.

그게 괴로웠다.


하지만 타로카드를 그만두게 된건 이직을 하며 바쁘게 생활하느라 손을 놓게 되니, 모든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유화

프로젝트를 하면서 유럽에 약 5개월가량 있었는데, 소망이 생겼다.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앞에서 이젤을 펴놓고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타로카드를 배우는 시기에 유화도 함께 배웠다.

선생님이 생각보다 재능이 있다고 했고 (수강생 지키미), 드가의 발레하는 소녀를 그리다가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고 미술학원에 발길을 끊었다.



탱고

6살 연하였던, 멋진 소믈리에와 사귀면서 함께 배웠다.

타로카드, 유화, 탱고.. 같은 시기다.

사람들이 잘생긴 연하의 연인에게만 관심을 갖기도 했고, 다시 게으름이 이겨서 탱고용 구두만 비싸게 지불하고 발길을 끊었다.


아들과 리베르 탱고를 함께 배우는게 버킷리스트에 들어가있다.


아침도 탱고음악을 틀어놓고 아들과 탱고 막춤을 추었다.


앙금떡케이크

아이를 낳고 복직하기 한달전에 취미로 돈 벌어보려고 시작했다.

온갖 재료들과 도구들을 다 구입했고,

나름 몇번의 케잌을 열심히, 이쁘게 만들었다


남편의 반응이 별로다.


복직하고 바로 출장을 다니는 바람에, 200만원 넘게주고 배운 떡 케이크 노하우 다 까먹었다.




생각해보면 탱고 빼고, 취미로 돈 벌어보려고 시작했던 것같다.

(유화도 초보가 배워서 그림을 팔기도 한다고 해서 혹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난 무엇을 하고 먹고 살아야하나... 계속 고민된다.


요즘 파이프라인이니, N잡이니, 부캐니.. 사이드프로젝트니.. 이런 말이 많이 들린다


나의 부업이 본업이 될만한게 머가 있을지, 나이 들어서 하나씩 도장깨기 중이다.


오늘의 독서: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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