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에는 아빠와
이번 여름방학에는 엄마와
치앙마이 한달살기를 하는
아이의 극과 극 체험 두번째 이야기에요.
지난 토요일
아침에 엄청 바쁜 일정을 보내고
(북클럽, 달리기)
바로 코코넛 마켓으로 향했습니다.
코코넛 마켓 체험은 다른 정보성 글로
예약포스팅을 했습니다. (이번주 토요일)
코코넛마켓은 오전 8시에 연다고 해요
저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가
안된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마켓이었더니 들어갔더니
이미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무대의 아저씨는 노래를 부를 준비를 하더라구요.
아이와 저는 신이나서
작은 코코넛 마켓을 쭉 살펴본 다음에
가장 먼저 무엇을 먹을지를 결정했어요.
아이는 핫도그, 저는 따뜻한 카페라떼입니다.
(요즘 치앙마이 라떼맛에 빠져있습니다)
아이가 핫도그를 받아서 오더니
저를 데려간 곳은 바로 아래 사진의
아저씨가 있는 무대앞 벤치였어요.
가장 넓고 깨끗한 자리라서
바로 앉았는데요
저희가 앉자마자 무대에 있는 아저씨께서
노래를 시작하셨습니다.
와~ 할 정도는 아니었고,
"아.. 무대에서 부르실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의
느낌이었달까요.
저는 살짝 자리를 이동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자리에 앉자
자신의 핫도그를 나무탁자에 내려놓더니
본인이 차고 있는 지갑을 주섬주섬 뒤져서
20바트를 꺼내들고,
"와~! 노래 진짜 잘한다" 이러더니
"엄마, 돈 주고 올게!" 이러는게 아니겠어요?
순간 좀 놀랐습니다.
첫번째, 우리는 아저씨의 노래를 아직 다 듣기 전이다.
두번째, 내가 듣기에는 노래를 좀 못하신다
세번째, 왜 갑자기 돈을 주고 온다고 하는 것일까?
사태 파악했습니다.
아이의 아빠가 아이와 여행할 때
거리에서나 무대에서 노래하는 사람에게
팁을 주라고 돈을 아이에게 쥐어준 모양입니다.
아이는 누군가에게 돈을 준다는 뿌듯함을
몇번이나 경험했을거구요.
그런데 순간 저는 비장해졌습니다.
(오은영박사님은 육아에서 비장해지지 말라고 하셨지만요)
일단 아이의 행동을 저지하고,
"왜 저 아저씨에게 돈을 주어야해?"
라고 했더니,
아이가
"아저씨가 노래를 잘 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아직 저 아저씨 노래 다 듣지도 못했잖아"
라고 말했더니,
아이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립니다.
아이의 마음을 알듯했습니다.
아빠하고는 너무 당연한 일인데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이 당연히 해야하는 행동을 저지했으니까요.
왜 눈물이 글썽거렸는지
아이는 본인의 마음을 모르는 듯 했습니다.
저는 계속 물었습니다.
"태윤이는 지금 어떤 마음이야?"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아이가
제가 계속 묻자
"저 아저씨가 노래를 잘해서"라고 같은 대답을
계속 합니다.
"아니, 저 아저씨가 노래를 잘 부르는 거 말고,
노래를 다 듣기도 전에
엄마와 같이 쓰는 돈을
물어보지도 않고 빼서
그냥 주려고 했잖아..
엄마는 물론 네가 어떤 마음으로 아저씨한테
돈을 주고 싶었는지 알아.
엄마도 여행을 다니다가 길거리에서
훌륭한 연주를 하시는 분이나
노래를 잘 하시는 분들께 감사함의 표시로
작은 성의를 돈으로 드릴때가 있어.
그 행동이 잘못된 건 아니야.
그런데 태윤이는 앉아서 노래를 듣기도 전에
그냥 아저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걸보고
바로 돈을 꺼내서 주려고 했잖아.
엄마는 그걸 이야기하는 거야.
일단, 우리 노래를 다 들어보고,
아저씨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드리는게 어떨까?"
솔직히 이렇게 말한 건
지금 상황이 끝났기에
그때 횡설수설한 저의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 뿐이고,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갑자기 아저씨한테 돈을 주냐고
어떤 의미로 돈을 주는 거냐고
물어봤으니 아이는 놀랐겠죠.
맞은 편에 앉아있는 저를 자기 옆에 앉으라고 하더니
저한테 안겨서
눈물을 흘리더라구요.
이렇게 울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아이를 속상하게 한 것 같아
저도 속상하고,
길거리나 무대에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의미로
돈을 주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그냥 돈주는 모습만 보여준
남편도 원망스럽고...
암튼 심난했습니다.
아이에게,
우리 조금만 노래를 더 듣고,
아저씨에게 팁을 가져다주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니까
그러자고 합니다.
가져온 음식들을 먹고,
아이가 또 먹고 싶다는 음식을
직접 물어보고 사오게 했더니
자존감 뿜뿜해져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노래하는 아저씨에게
감사의 표시를 해볼까?"했더니
표정이 환해집니다.
20바트.. 800원가량의 돈이고 별거 아니지만,
아이가 돈의 가치를 알고,
예술의 가치를 알고,
감사함의 가치를 알았으면 하는
비장한 엄마였습니다.
아이의 마음이 다 풀리고나서,
우리가 여기 있는 음식들,
여기 있는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다 살 수는
없지 않냐는 이야기가 어쩌다 나왔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었지,
근데 엄마한테 교육을 받았잖아?"
라고 너무 어른스럽게 말하길래
빵 터졌습니다.
시간이 지나고나면,
그때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하는게
맞았을까를 복귀할 때가 많은데요,
아이가 하는데로
돈을 그냥 주는 걸 일단 허용해서
아이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한 다음에,
그 의미를 설명해주는게 맞았을까?
내 생각을 강요한게 아닐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라구요.
아이가 나중에 크면
엄마의 가르침과 아빠의 가르침을
자신의 방식대로 잘 섞어서 인생을
잘 즐길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