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아이는 아빠와 함께
치앙마이 3주살이를 다녀왔습니다.
남편이 복직하기 전에 여행을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했고,
저도 함께 가고 싶었지만
<리딩 다이어리> 텀블벅 펀딩과
<여행의 기록>을 쓰는데 집중하기 위해
둘만 보냈어요.
남편과 아이가 떠나자마자
저는 B형 독감에 걸려 1주일동안
정신을 못차렸습니다.
남편과 아이는 매일 맛있는 걸 먹고,
치앙마이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걸 사진으로 보았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카오소이라는
태국음식을 아이가 즐겨먹는 것도 사진으로
보았고,
아시아에서 제일 길다는 집라인을
용감하게 타는 모습은 영상으로 보았더랬죠.
하루에 하나 코코넛 먹기에도 도전하고,
치앙마이의 모든 마켓을 밤마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아.. 나도 같이 갈 걸.. 이라고 잠시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아이는 아빠와 단 둘이
단란하고 즐거운 여정을 즐겼습니다.
다음 겨울에 또 치앙마이에 다시 오자고,
약속을 했다고 해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치앙마이가 처음인
엄마인 제가 아이를 데리고,
아이가 한 번 경험한 치앙마이를
다시 온 건데요.
치앙마이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아빠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아빠랑 치앙마이 공항에서 똠냠꿍라면을 먹었어"
"저기 아빠랑 함께 걸었더 길이야"
"엄마!! 저기봐!! 저기 아빠랑 내가 어떤 재미있는 사람을 만났던 곳이야"
"여기 아빠랑 머물렀던 호텔 근처인데!"
"아빠랑 카오소이 먹었던 곳 정말 맛있었는데..."
글로 표현하기에도 모자라게,
저는 옆에 있지도 않은 남편과
하루종일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뭐랄까,
옛 연인과 함께 했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연인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느낌이랄까요.
(어떤 느낌인지 아시나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엄마와의 치앙마이의 추억이 쌓일 걸 알고 있습니다.
엄마와 카페에 앉아 원카드를 하고,
산책하다가 개떼를 만나서 몽둥이 들고 걷기도 하고,
아빠와 가지 않았던 코코넛 마켓도 가보고,
그랜마즈홈쿠킹도 함께 하며 저녁을 세끼나 먹어보고... 등등이요..
하지만 아빠와의 여행과는 다르게
엄마와의 여행은 조금은 엄격하고
비장하기까지 한 듯 합니다.
아이는 스포츠캠프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중이고
체험은 거의 하지 않고,
아이가 사달라고 하는 건
거의 불량식품에 몸에 독을 넣는 것이라
자주 거부하는 편이에요.
아빠와 엄마의 여행은 어떻게 다르냐고 했더니,
아빠는 "태윤아! 머 먹을까. 이거먹을까? 저거먹을까? 저것도 먹고싶다!"하며 흥분하며 다 먹을라고해서, 아이가 말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어땠을지 눈에 선하네요..)
다른 점이 많을텐데 이번에는 택시비계산에 대해 풀어보겠습니다.
여행 초반에 아이가 택시를 탈 때
"엄마, 택시를 타면 거스름돈을 못받는다?"
"그래? 왜 그러지? 여기가 화폐단위가 작아서 그런가?"
처음에는 그런가보다했어요.
아이가 경험자니까 아이말이 맞겠죠.
볼트(택시)를 부르면 가는 곳까지 금액이
측정되어서 나오는데,
예를 들면 98바트가 나오면 2바트 (80원) 정도의
거스름돈을 못받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의 말과 다르게 볼트에서 내릴 때 운전자들이
거스름돈을 1바트, 2바트라도 챙겨주더라구요.
그런데 이상한건,
아이가 택시를 탈 때마다
"엄마, 우리 거스름돈 못받을거야"라고 이야기한다는 걸 알아차리기 시작했어요.
"왜 그렇게 생각해?, 지금까지 우리가 택시타고 거스름돈을 못받은 적이 없었는데?"라고 말해줬죠.
근데 다음에도 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태윤아, 아빠랑 택시탈 때 혹시 거스름돈 안받았니?"
아이가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다시 물어보니까 그렇다고 대답하네요.
거스름돈을 팁의 의미로 챙겨받지 않은 걸,
아이는 거스름돈을 받지 못한 걸로
생각하고 계속 걱정하고 있었던 겁니다.
살짝 한숨이 나왔지만,
안심시켜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엄마랑 택시탔을 때 한번도 거스름돈을 못받은 적이 없었던거 알지? 기사님들도 손님을 태우고 다니려면 기본적으로 작은 단위의 돈을 준비해놓고 다니거든. 걱정하지마. 앞으로도 거스름돈은 꼭 받을 수 있어"
치앙마이에서 아이와 다닐 때,
돈이 든 지갑을 아이에게 맡깁니다.
카드 계산 할때 말고는,
아이가 내야할 돈이 얼마인지,
돌려 받아야 할 잔돈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걸
연습시키고 있는 중이라,
나의 소중한 돈이 가치만큼 쓰여지고,
돌려받는 연습을 해야하는게 아닐까 싶어
1, 2바트의 잔돈이라도 꼭 받아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이번일을 계기로,
12년도에 남편과 신혼여행에서 돌아왔던 날이
떠올랐어요.
신혼여행중에도 엄청 싸우며 다녔던 저희는
돌아오는 날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리스 아테네 호텔에서
팁으로 5유로를 남기는 걸 보고
기겁을 했더랬죠.
출장 중에 남편은 회사돈으로
팁을 그정도 남겼데요..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날 밤,
무거운 캐리어 짐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자고 하는 남편...
공항철도이기는 하지만,
역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10분이상을 걸어야하는 거리였어요.
저는 다음 날 새벽 회사를 가야하기도 했습니다.
무거운 짐을 끌고 나는 공항철도를
타고 가지 않겠다고 하며
택시를 탔어요.
집까지 택시비가 1만 4천원 가량 나왔어요.
카드로 계산할 생각이었죠.
남편이 현금으로 계산하겠다고 했습니다.
택시기사한테 미안하데요. (공항에서 가까운거리라..)
근데 택시기사님이 잔돈 6천원이 없데요.
2만원을 내고 잔돈을 받지 않고,
남편이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저는 저의 캐리어를 옆에두고
집에 올라가지 않고,
1시간을 아파트 앞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었고
남편은 끝내 나오지 않았더랬죠...
어떻게 했냐구요?
집 근처 아구탕 집에가서
아구탕 주문하고 소주 1병 반을 깠습니다.
아하하하하
(뒤의 이야기는 상상에 맡길게요)
맞아요..
신혼여행 에피소드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남편은 '잔돈을 받지 않는 사람'이네요..
다만 저희 아이는
나중에 크면
무작정 잔돈을 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고마운 택시기사님을 만났을 때
감사의 표시로 잔돈을 받지 않는 '팁'을
알았으면 해요. (혹은 더 지불하거나)
저도 출장 중에 정말 감사한 기사님을 만나면
택시비를 카드로 계산할 때,
나온 택시비보다 더 많이 올려서
계산해달라고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잔돈 사건 이후에
저의 기준으로는 기겁할만한 일이
한 가지 일이 더 일어났습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