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 온지 벌써 2주일이 다 되어가고 있어요,
매일 아주 큰 이벤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몽둥런, 카이로스의 시간 등
치앙마이 일상의 단상을 매일 블로그에 기록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제는 제가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치앙마이식 바느질을 배우러 간 날이었기 때문이에요.
지인이 블로그에 치앙마이식 바느질 워크샵을
한다는 걸 보고,
그게 뭐에요? 라고 했는데
치앙마이에 가니까 그게 무엇인지 궁금해지더라구요.
치앙마이에 오기 바로 직전에
학부모회에서 가죽가방을 직접 만들었는데
전투하듯이 만들었음에도
그 시간동안 무엇인가를 생산해냈다는
뿌듯함이 남은 긍정적인 정서도 한몫했습니다.
그래서 치앙마이에 가는 김에,
치앙마이식 바느질을 직접 배워보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네이버 검색을 시작해봤어요.
하지만!
치앙마이식 바느질을 검색하면
죽바클 (죽음의 바느질 클럽)에 대한 포스팅만
엄청 뜹니다.
죽바클을 운영하시는 부부는
인디밴드 음악가로 활동을 하면서
치앙마이에서 배운 바느질을 한국에서
많은 분들에게 전수하고 계시는 듯 했어요
한국에서 배우는 것과
치앙마이에서 직접 배우는 것과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좀 차이가 있더라구요.
(저만 그런가요?)
그래서 치앙마이 네이버 카페도 가입해보고,
치앙마이에 살고 있는 분이 운영하는
단톡방에도 들어가봤는데,
아무도 치앙마이식 바느질에 대해서 모르더라구요.
포기하고 있다가,
지난 토요일 김초엽작가님께서 가보라고 했던
징짜이마켓에 갔습니다.
각종 소품, 악세사리, 옷들을 판매하는 마켓이었어요.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는 눈이 없기도하고,
소비욕이 없는 저로서는 마켓이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옷을 파는 가판대를 돌다가
포스팅에서 보았던 치앙마이식 바느질로
만들어진 시원한 옷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판대 주인에게 물었죠.
"이거 네가 떴니?"
아니래요.
다른 질문을 합니다.
"치앙마이에서 이런 바느질 배울 수 있는 곳을 알고 있니?"
알고 있지 않데요..
패스,
다음 가판대에 갔습니다.
앉아있는 분에게 여쭤보았습니다.
"이 옷 바느질 누가했니?"
뒤에 숨어있던 한 여성을 보여줍니다.
"아.. 이 바느질 네가 했니? 바느질 수업도 하니?"
바느질 수업을 하지는 않지만, 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구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럼 치앙마이 바느질 수업을 해줘!"
그랬더니 문제가 있데요. 자기는 치앙마이에서 3시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데요. 바느질을 배우고 싶었지만 그렇게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형편과 상황은 못됩니다.
아쉽지만 헤어졌습니다.
패스,
다음 가판대에 찾아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만 물어봐야지 했죠.
본인이 옷을 만든 건 아닌데,
치앙마이식 바느질을 찾는거냐며
그럼 본인이 한 사람을 알 것 같다고 하는거에요.
그러더니 자기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화를 끊고, 저에게 페이스북을 보여주었어요. "네가 원하는 바느질이 이런거니?"
"맞아!!! 내가 원하는 바느질이 이런거야!"
보여준 페이스북 아이디는 온통 태국어였어요.
일단 라인 아이디를 교환하고, 페이스북 아이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친구 추가를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은 치앙마이에 살고 있지만, 치앙마이에 없기도해.. 확인해봐야해"
"아! 고마워!"
바로 페이스북 DM 을 보냈더니,
바느질 수업을 한다고 너무 쉽게 대답하는거에요.
어디냐고,
어떻게 할 수 있냐고,
DID 했습니다. (들이대)
주소를 알려주고,
본인이 가능한 날짜 세개를 집어주어서,
첫날 가겠다고 했어요
그게 바로 어제였습니다.
아이를 스포츠캠프에 보내놓고
택시를 타고,
간 곳은 뭔가 유기농스러운 카페였는데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비현실적인 영국할머님께서 앉아계십니다
(영국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유럽쪽이라고 했어요)
저를 바라보시고 환하게 웃으시는거에요.
바느질 배우러 왔다고 하니까,
위로 올라가보라고 하네요.
여기 카페는 뭐하는 곳이냐고 그랬더니,
자기 사무실이래요. 나중에 알고 보니
카페와 농장 사무실, 바느질 작업실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올라가서 바느질 선생님과 통성명을 했어요
제가 잘 알아들은건지 모르겠지만,
에그래요..
달걀인가? 싶었는데
영어가 유창한건 아니라서 일단 물어보지 않기로 합니다. 본인을 어떻게 알았냐고해서 징짜이 마켓가서 아무나 붙들고 물어봤다고 했죠. 그랬더니 엄청 신기해하면서 저보다 자기를 알려준 그 사람이 더 궁금한 것처럼 반응하더라구요.
제가 너무 저돌적으로 왔는지,
뭐 배우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바느질을 배우고 싶다..
원피스, 옷, 가방도 만들고 싶다.. 그랬더니
천을 막 자르더니
오늘은 작은 가방을 만들어볼거래요.
수업료를 물어봐야할 것 같아서,
얼마냐고했더니,
1천바트를 부르더라구요.
1천바트면 거의 4만원돈입니다.
낙장불입이니까, 알겠다고 했죠.
(한국의 죽바클 수업은 10명 정원에 한사람당 약 10-12만원정도로 수업료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1대 1로 반나절을 붙어앉아 배우는거니까 괜찮을거라 생각했어요.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시지만
의사소통은 되더라구요.
자기가 한국에 아는 친구들이 많은데
복태와 한군? 머 이런 이름을 말하네요?
인스타를 보여주는데,
치앙마이 바느질을 찾을때마다 계속 뜨는
"죽음의 바느질 클럽"의 주인들이시네요??
흥분했습니다.
"어머!! 내가 right person을 찾아온거네??? 나 그 사람들 알아. 내가 치앙마이에서 바느질 배우려고 검색했을 때 이 사람들 이야기만 있어서 실망했거든! 근데 그 사람들의 스승님이 에그 당신이라니, 정말 great 하다!!"
자기를 알아봐주니까,
신난 스승님입니다.
바느질 패턴을 보여주면서 오늘 약 4-5가지의
치앙마이식 바느질을 배울꺼라고 하네요.
알겠다고 하고 쉬운 것부터 열심히 듣고,
열심히 따라하고,
열심히 바느질 했어요.
바느질을 하는 동안,
본인이 한국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
본인의 학생들과 친구들
본인이 만든 작품 사진들을
계속 저에게 보여줍니다.
바느질도 집중해야하고,
에그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들을 흘끔흘끔 보면서 물개반응 해 주었습니다.
바느질에 집중하니,
엄청 배가 고팠는데요
바느질 선생님이 그랩으로 파타이 주문해주셨어요.
로컬 음식점 음식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답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점심먹을때만 잠깐 휴식하고
계속 폭풍수다 떨면서
하나의 가방을 간신히 완성했어요.
에그는 올해 10월에 한국 방문계획이 있데요,
죽바클 멤버들과 워크샵도 열고
광주, 전주, 남원등 여기저기 다닐 계획이라고 하더라구요. 제주에도 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처음에는 안될 것 같다고 말하다가 안될것도 없지? 라며 고려를 해 봐야겠다고 합니다.
"제주에 오면 제주에서 내가 워크샵 자리를 한 번 마련해볼까?"라며 급 제안을 해보기도 했어요.
바느질할때는 정말 다른 생각이 안나고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조금전에 배운 바느질 패턴은
다른 바느질 패턴을 배우면서
바로 까먹었지만,
제가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저는 아기자기 예쁜 것을 사고 싶거나
소유하고 싶은 욕망보다는,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고,
뭔가를 만들 때 활기차고 재미를 느낀다는 거였어요.
에그가 여기저기 마켓을 알려주는데,
관심이 크게 가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무언가를 만든다고 한다면
안목이 분명 필요할테니,
작품을 자주 보는 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저는 가방보다는 원피스를 만들고 싶은
능력을 갖추고 싶은데,
그건 하루로 부족하다고 해요.
치앙마이를 떠나기 전에 한번 더 치앙마이 바느질의 시간을 가져야할지 고민중입니다.
새로운 걸 해야하거나,
꼭 해야하는 걸 해야할 때 두려움이 있어서,
들이대(DID)를 잘 못하는 편인데,
가끔은 DID를 아무런 두려움없이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한 것도 이번 치앙마이식 바느질 선생님 구하기의 교훈이었어요.
p.s.한국분들이 치앙마이에서 직접 배울 바느질 수업 정보를 못찾고 계신데, 저에게 문의해주시면 알려드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