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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Aug 03. 2024

치앙마이에서 경험한 복불복 2, 결국에는 역지사지인가.

지난 번에 이어서 저는 고객센터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고객센터는 바로 호스트에게 연락을 한 듯하고,

호스트는 저에게

사진 한장을 보내주었습니다.

바로 칼, 수저, 포크, 그리고 후라이팬과 냄비가

들어있는 비밀 공간을 담은 사진이었죠.

싱크대 밑으로 서랍이 있었는데

그걸 앞으로 빼면,

뒷부분에 수납이 있었어요.

빡빡해서 힘을 주어 빼내보니

그곳에 정말 후라이팬과 냄비가 있었습니다.

숟가락과 젓가락, 칼도 회를 뜨거나,

혹은 부처맨들이 사용하는 도끼칼도 있었죠.

이 부분은 사전에 물어보지 않은 제가

괜히 민망해지는 그런 부분이었죠.

그래도 어쨌든 후라이팬은 너무 지저분해서

바닥이 까맣게 되어있고,

어떤 부분은 심하게 벗겨져있어서

달걀 후라이를 하면

전부다 눌러붙어 까맣게 탄 부분과 함께

음식을 먹어야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있는게 어디에요)

제가 이 부분은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깨갱하며 다음 코멘트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호스트는 저더러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숙소에 대기를 하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때 다른 곳에서 일을 해야하기에

숙소에 계속 있을 수 없으니

정확한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어요.

태국은 기술자가 시간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언제 올지 모른다는게 호스트의 답변이었어요.

그러면서 본인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야기하기로 선택했습니다.

나는 돈을 원한게 아니라

중국에 사는 너를 대신하는

치앙마이의 에이전트가

화장지와 수세미등 필요한 용품을

챙겨다주기를 원했다,

네가 가깝다고 했던 세븐일레븐은

멀리 있었으며,

그나마 문을 닫아 나는 택시비를 더 써야했다.. 등등이요.

그랬더니,

호스트가 하루치 숙박료를 돌려주겠다고 합니다.

응???

그런 걸 바라고 이야기한 건 아니었지만,

숙박료를 하루치 돌려준다고 하니

일단 저는 조금 누구러져셔

싱크대 하수구를 얼른 고쳤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지었습니다.

에어비앤비 고객센터에서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저에게 계속 문자와 이메일을 보내더라구요.

전화를 하니까 안받는다고 하면서,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려달라고 채근하기 시작했어요.

태국 유심을 사용하니까,

태국전화번호를 알려주었는데

바로 전화가 오더라구요?

아.. 받아야하나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인도사람이었습니다.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인도 사람들의 발음은 몇일을 옆에서 겪어야

조금은 익숙해지기에,

전화 상태가 안좋으니 전화를 끊고

메시지로 이야기하자고 했죠.

근데 알겠다고하면서 계속 말을 하는거예요.

귀를 쫑긋하며 무슨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봤는데

저한테 빨리 원하는 걸 결정하라고 하더라구요.

리펀드(환불)를 다 받고,

바로 체크아웃을 해서

호텔로 가라고 합니다.

네?? 이 무슨 준비되지 않은 상황인가요?

그래서 저는 이 콘도에 있어야 한다.

아이 스포츠센터도 가깝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그랬더니,

하루에 200불짜리 숙소와 함께

교통비도 다 주겠다고 하지 않겠어요?

제가 이 부분에서 융통성이 좀 없었던듯합니다.

(조금 생각이라도 해볼걸..)

교통비를 준다고 하더라도,

치앙마이에서 택시를 불러 왔다갔다하는일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니

답이 안나오더라구요.

최소 왕복 1시간에서 2시간을 택시를 기다리고

이동하는데 시간을 낭비해야하니까요.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그래서 나는 호텔 숙소와 교통비 필요없다....

나는 이 숙소에 계속 머무르고싶다..

싱크대 하수구만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의사표현을 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어요.

잠시 생각을 해 봤는데,

치앙마이에서 200불짜리 숙소면 엄청 좋지 않을까?

다시 전화해서

지금 당장 환불 다 받고

숙소를 이동하겠다고 할까?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들개떼들이 있기는하지만

이 호수 마을은 달리기에 최적화되어있기도 하구요.

제가 다른 일을 하느라

휴대폰을 나중에 보게 되었는데,

고객센터에서 메시지가 엄청 와 있었습니다.

니가 원하는게 뭐냐.

당장 답을 내놔라...

아.. 에어비앤비 고객센터 일 정말 잘한다 싶었어요.

고객 만족과 함께 case close를 하면

KPI (개인성과측정)를 잘 받을 수 있는 듯 했습니다.

반면에 저의 입장에서는

아직 문제가 해결된게 아닌데

뭐를 계속 결정하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계속 전화를 하니까,

방해받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뭘 원하는지 가만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저는 그냥 이 속상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나봅니다.

그럼 얼른 이 상황이 종료되고

평안함을 찾아야겠다 싶었죠.

다음날 기술자를 좋은 마음으로

기다리자.. 했죠.

다음 날 문자가 왔습니다.

"오늘 태국 휴일이라, 기술자가 일을 하지 않아.. 내일 기술자를 보낼게"

엉엉...

에어비앤비에서는 계속 이 케이스를 close하고 싶다고,

니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이야기해달라고 하고

(이동생각없고 빨리 싱크대 개수구가 고쳐졌으면..)

싱크대 고치기 전까지

저는 case close를 원하지 않는다는..

무한반복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다음날 오전 10시부터 기다렸는데,

역시나 시간 맞춰오지 않습니다.

11시쯤 나타났어요.

기술자가 들고 온 것은...

변기 뚫는 '뚫어뻥'이었습니다.

몇 번 펌프질을 해 보더니,

함께 온 관리인이...

영어로 통역해줍니다.

"이걸로는 안된데요..

다른 기술자를 불러야 합니다.

내일 부르겠습니다"

네??? 다시 한번 좌절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화장실에서 그릇을 씻는 걸

그만하고 싶은 마음에 다음날에도 꾹참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오후 3시 10분에 오기로 했는데,

역시 오후 4시쯤 나타났습니다.

대단위 공사를 진행할 예정인지

저희더러 거실에 소음이 날 수 있다고

경고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와 미닫이 방문을 닫고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기계로 뚫는 소리가 한참 이어지더니

1시간만에 공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호스트는

담당자가 연락이 안된다며

아직도 공사하냐,

사진 좀 찍어서 보내라...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상황이 종료됨을 감사해하며,

이제 고쳐졌으니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리고 에어비앤비에도

싱크대 개수구가 고쳐졌으니

case close를 해도 된다고 연락주었습니다.

에어비앤비 고객센터 직원이 신나게 바로

case를 종료시키더라구요.

그 이후에는 호스트와 연락하지 않습니다.

냉장고 위에 쓰레기가 그대로 있어도,

싸구려 드라이기의 콘센트 접촉이 불량하여

한 손으로는 콘센트를 잡고

한 손으로는 머리를 말리는 상황이 와도,

조명이 너무 어두워 눈이 침침해져도,

거실의 시계가 계속 고장난 상태로 멈춰져있어도,

샴푸와 린스가 떨어져서

제가 새로 구입을 해도 말이죠...

그래도 정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불평해봤자 소용이 없고,

이런 불편은 아주 사소한거니까요.

거기다가 아이도 엄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참! 얼마 전

제주 저희 집에 머물고 계시는 지인이

긴급한 카톡을 보내셨습니다.

바로 냉동고 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랬지만

사람일이라는 건 알 수 없으니까요.

저희 이웃 만능 홍반장이자 맥가이버에게

연락해서 SOS를 쳤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오셔서

땀을 뻘뻘 흘리시며

냉동고 문짝을 뜯어서

맥가이버처럼 정말 수리를 해주셨다고 해요.

이런 이웃이 없었으면 얼마나 아찔했을까

생각하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장난 냉장고 때문에 오후 일정을

포기해야만했던 지인과,

바쁜 일상 와중에도 저희 집에 오셔서

수리를 해 주신 이웃이요..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저희 집에 와 계신 손님이 겪은 황당한 일과

내가 이곳에서 겪은 황당한 일의

다른점은 무엇일까.

결국에는 역지사지인걸까..

이런 상황에 내가 너무 날카롭게 반응하지 않았나,

약간은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미안해지더라구요.

그리고 저희집에 머물고 계시는 분께서,

화장지가 떨어져서 다음 오실 분을 위해

화장지를 구매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빵터졌습니다.

제가 에어비앤비 주인과 다를 바가 무엇이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의 약간은 삐뚫어진 대응은,

첫인상 때문이었던듯 합니다.

게스트의 불편함보다는

본인이 잘못한게 없고 청소하는 에이전트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는 중국인 호스트의 대응이

불편했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이런 생각조차도

저의 패러다임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인생의 패러다임을 깨 버리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건강하고 모두가 win win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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