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 온 둘째주에 저희가 간 곳은
바로 찡짜이 마켓이에요.
치앙마이는 마켓 천국이더라구요.
모닝마켓, 나이트마켓부터
다양한 마켓이 정말 많습니다.
오늘은 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건 아니구요,
찡짜이 마켓에서
토요 마켓으로 가는 길,
외국친구들과의 짧은 만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짱짜이마켓에서 토요마켓으로 이동할 때,
택시를 타고 싶었는데
볼트라는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약 10분가량 기다려야했어요.
마켓에서 나오자마자
썽태우 기사가 저희를 불렀습니다.
저는 툭툭이만 알고, 썽태우라는 이동수단의
이름은 이번에 알았는데요
썽태우는 픽업트럭 위에
승객들이 앉을 공간을 마련하고
그곳으로 손님을 나르는 구조에요.
물론 에어컨 없구요, 선풍기도 없어요.
저희가 가는 목적지까지의 비용을
썽태우 기사에게 물어봤더니
일인당 30 바트라고 하더라구요.
아이와 저, 두 사람이면 60바트이죠.
볼트는 90바트 가량 되었습니다.
마침 저희말고도 다른 승객이 네고가 끝난 듯해서
함께 타게 되었습니다.
맞은 편에 앉은 두 명의 승객하고 멀뚱 멀뚱
앉아있으려니 어색했죠.
맞은 편에 앉은 두 명이 속닥속닥 하더니
저에게 묻더라구요.
"너희들 한국에서 왔니?"
반가운 마음에 "yes!!"라고 대답했죠.
"안뇽하쎄요"라고 어슬픈 한국어를 쓰는 두 분,
그랬더니 지난 주에 한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거예요.
함께 호들갑 떨어주며,
"어머! 한국에 다녀왔구나!!
한국 어디를 다녀왔니?"
"우리가 시간이 짧아서 서울에서만 있었어"
"아! 나는 제주에서 왔단다"
그랬더니 본인들도 제주에 너무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되서 못갔다고 이야기해주더라구요.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하며
호구 조사를 마쳤습니다.
두명은 친구 사이였어요.
한명은 독일대학생, 한명은 태국대학생이에요
이 둘은 중국 베이징에 중국어 어학연수를
갔다가 만나서 친구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둘의 대화가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이루어지는게 재미있었어요.
중국어 연수를 마치고,
함께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있었구요
태국 친구는 방콕에 사는데
독일친구를 데리고 치앙마이에 왔다고 했어요.
"What a international!"
이라고 하며, 잠시 수다를 떠는데
아이가
"엄마 영어로 수다 좀 떤다"
라고 하길래
"너도 지금 하고 있는 영어 재미있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본인들이 다녀온 치앙마이 명소도 추천해주고,
사진도 찍으며 즐겁게 대화했어요.
중고마켓에 간다고 내리는 두 명의 여행객들,
아이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제가 볼 때는 눈물을 글썽...)
그 짧은 사이에 정이 많이 들었나봅니다.
"엄마, 왜 저 사람들 연락처 안받았어?"라며
아이가 묻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만나고 헤어지고 하지..
너무 짧게 만난 사람이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연락처는 받지 않았는데..."라고 대답했는데
아차, 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자고 했으면서
그냥 스쳐지나가듯
일회용같은 만남을 보여준 것 같아서요.
모든 만남이 항상 이어지지 않는다는건
아이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건데 말이죠.
요즘 인스타도 있고해서,
인스타 주소도 주고 받을 수 있었는데
그냥 헤어져버린것같아서 저도 아쉽더라구요.
이 만남으로,
작년 스위스 캠핑카 여행 중
피르스트에서 만난 신혼부부가 생각났습니다.
스위스 유명관광지에는
한국사람들이 여전히 많은데요
신기한 건 룰처럼 한국 사람들끼리
절대 아는척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피르스트에 가기 위해
그린데발트에 도착했을 때
어떤 한국인 남자가 저희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피르스트가려면 어떤 버스를 타야하냐구요.
SBB 앱을 보여주며
자세하게 설명해주었고, 저희와 같은 방향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죠.
신혼여행을 온 부부였어요.
그렇게 같은 버스를 타고,
피르스트 매표소까지 함께 갔어요.
저희는 아이가 어려서 액티비티는 못하고
그냥 케이블카 티켓만 끊어서 올라갔고
신혼 부부는 액티비티 티켓을 끊었죠.
안개가 자욱한 피르스트 꼭대기에 도착해서
저희는 한 번 다시 마주쳤어요.
둘 다 고소공포증이 있는지,
피르스트 전망대까지 올라오는데
엄청 떨며 천천히 오더라구요.
그리고 전망대 식당에서
다시 한번 마주쳤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나누며 호구조사를 했죠.
광주에서 왔으며, 며칠 전 결혼을 했고,
스위스와 프랑스가 신혼여행지라는 걸요.
저희는 캠핑카여행을 왔다고 했더니
너무 부러워하길래,
놀러오라고 했습니다.
원래 그런 초대는 잘 응하지 않기도 하는데
신혼부부는 덥썩 물더라구요.
저희 부부도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기 때문에
초대에 응해준 두 분이 고마웠습니다.
아이도 물론 좋아했구요.
다음 날 저녁에 와인을 세병이나 사온 신혼 부부,
저희는 캠핑카에서
스위스 COOP에서 산 안심스테이크를
대접했죠.
와인을 거의 처음 마셔본다는 신혼부부는
맥주마시듯이
본인들이 사온 와인과 저희가 가지고 있는 와인 2명을
모두 헤치웠습니다. (물론 저도 함께 마셨지만요)
젊은이들과 오랜만에 이야기하니
재미있더라구요.
남자분은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었는데
저희 아이를 보니까,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저는 몇 달 전 출간한 독서의 기록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함정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분들이래요)
젊은이들의 물개반응을 보니,
저희 부부도 기분이 좋아져서
꼰대같은 조언을 좀 많이 해 준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캠핑카 안에서
책보고 영화보던 아이가
슬며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저희 주변을 멤돌더니
남자분 무릎에 앉더라구요.
신혼부부를 만난 날 쓴 아이의 일기
아이를 너무 이뻐하는 부부였습니다.
거의 1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는 물어봅니다.
"엄마, 그때 스위스에서 만난 신혼부부 있잖아?
아기가 태어났을까?"
신혼부부와 헤어진 후 연락을
주고 받고 있지는 않지만, 인스타 친구로
가끔 소식을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각자 삶을 살다가
어떤 부분에서 또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아이 말대로 찡짜이 마켓에서 오는 길에 만났던
활달한 두 대학생의
인스타 아이디라도 받아서
서로의 안부를 눈으로라도 볼 걸 그랬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선으로 연결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