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약간 좀비와 같은 상태입니다.
지난 금요일밤부터 닷새가 넘게
잠을 잘 이루지 못했거든요.
지난 금요일 오전부터 아이 상태가
별로 좋지 않더니
오후에는 급기야 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치앙마이가 요즘 우기인데,
그렇게 덥지는 않거든요.
(우리나라가 훨씬 더운듯합니다)
아이가 더위를 많이타서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잠을 잤는데,
새벽에는 한기가 좀 심하긴했어요.
제가 끄기라도 하면,
다음날 아침에, 더워서 한숨도 못잤다고 해서,
계속 에어컨을 키고 잤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금요일 스포츠캠프를 마치고
좋아하는 두끼 정식을 벼르고 별러서 갔는데
아이는 상태가 좋지 않아 거의 먹지 못했어요.
몰에서 타이레놀 시럽 해열제를
구입했습니다.
물론 여행 준비를 할 때 상비약이 준비물로
체크되어 있었지만,
현지에서 걸린 병은 현지에서 구입하는게
더 낫겠다는 결론과 치앙마이에서
약국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남편이 전해준 정보로
약을 가져오지 않았어요.
몰에서 구입한 타이레놀 시럽 해열제를
4-5시간 간격으로 먹였는데
체온이 38도에서 39.5도 사이인거예요
(체온계는 가져왔습니다)
아이는 금요일 저녁 6시부터 잠들었는데도
다음날까지 잠을 잘 자긴하는데
열이 내리지 않으니
몸이 축 쳐져있는 상태였구요.
저는 밤새 수건에 물을 적셔서
이마부터 겨드랑이 몸, 팔 다리를
연신 닦아주었어요.
열이 시작된 다음 날
그러니까, 지난 주 토요일에 콘도에서
산티탐 근처 호텔로 이동했어요.
오후 2시 체크인이었는데
열쇠를 받아 올라갔더니
청소를 시작도 안했더라구요.
정말 황당한 경우여서 처음에는 막 따지다가
따져서 뭐하나 싶어서 알겠다고 하고,
호텔 직원이 오토바이로 약국까지 데려다주어서
다른 종류의 해열제를 구입했습니다.
약사가 꼼꼼하게 물어보더라구요.
기침을 하냐, 가래가 있냐, 몸살은 없냐 등등이요..
혹시 댕기열일 수가 있으니
자기가 주는 해열제로도 낫지 않으면
꼭 병원에 가보라고 했어요.
두번째 해열제를 먹이니까
잠시 후에 몸에 있던 열이 빠져나오면서
아이가 땀을 흠뻑 흘리며 열이 드디어 잡혔습니다.
열이 잡히고 땀도 나고해서
아이와 좋아하며 이제 다 나았다고 했는데,
문제는 기침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아이는 코도 잘 풀고,
가래도 잘 뱉는 편이라
가래를 아주 콱콱하며 잘 뱉었는데요,
그래도 기침을 간간히 하더라구요.
일요일에 킹콩 스마일 집라인 체험을 예약해두었는데,
다행히 아이 컨디션이 괜찮아진것같아서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무사히 집라인도 신나게 타고 왔어요.
그런데 간간히 하던 기침이 일요일 저녁부터
심해졌습니다.
열이 안나니까 괜찮지 싶었던거죠.
제가 아직 옮지 않은 거보면,
코로나 혹은 독감 종류도 아닌듯 했습니다.
기침을 할 때마다 일어나서
따뜻한 물을 준비해주며 먹였는데도
(목캔디와 프로폴리스 스프레이, 꿀물... 다 동원)
기침이 점점 심해졌어요.
급기야는 시내호텔 주변의 각종 소음들과
아이의 기침으로 일요일 밤부터 수요일인 지금까지
밤을 거의 꼬박 새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기침으로 밤을 꼬박
새는게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정말 괜찮은가? 하는 걱정이
동시에 시작되었어요.
저를 이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감기중에 기침감기가 제일 괴롭더라구요.
열감기와 몸살감기는 약을 먹고
땀을 흘리면 되는데
기침감기는 기침때문에 흉부도 아프고
잠도 못자죠.. 잠을 이루지 못하는게
가장 괴롭습니다.
아이가 두 살 무렵에 기침 감기에 된통 걸렸는데
초반에 잡지 못해서 진짜 고생하고
결국에는 마지막에 링거루까지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아이가 얼마나 괴로울까 싶었습니다.
거기다가 입맛도 돌아오지 않아서
예전에는 어떤 음식이든
좀 허겁지겁 먹는 편이었는데
감기에 걸린 이후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부대찌개도
먹는둥 마는 둥 하더라구요.
월요일 밤, 화요일 새벽
심해지는 기침으로 저의 불안은 심해졌어요.
치앙마이에는 치앙마이 방콕 병원이 있어요.
방콕 병원인데 치앙마이 지점인거죠.
블로그 평을 읽어보니까 한국어 통역사가 있고
금액은 비싸기는 하지만 깔끔하고
대기도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거기다가 24시간 운영한다는 말에
새벽 7시 30분에 택시를 탔습니다.
아이의 미술캠프 시간이 10시부터이니까
충분할거라고 생각했어요.
도착하자마자 택시문을 열어주시는
안내하시는 친절한 분,
그리고 접수대에가니
꼼꼼하게 증상을 물어봐주시는 간호사들덕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좀 오래기다려야하더라구요.
바로 한국인 통역사를 기다려야하기 때문이었는데요,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아서
한국인 통역사 없이 그냥 영어로 하면 안되겠냐고
해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의사선생님은 고저스한 태국분이셨습니다.
증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국통역사가 도착했어요.
한국 국기를 가슴에 달고 있는
안경 쓴 태국청년이었어요.
와.. 한국말 정말 잘합니다.
귀, 코, 목 모두 괜찮은데
혹시 모르니까 코로나, 독감등 6가지 한꺼번에
결과가 나오는 검사를 하고,
다시 보자고 합니다.
검사를 하기 위해 코를 푹 찌르고,
1시간 이상을 병원 아래 카페에서 기다리며
아이는 전자책을 보고,
저는 잠깐 업무를 보았죠.
1시간 후 나온 결과는,
이상 무.. 입니다.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이상 무.. 라는 말 들으려고 병원에 온거죠.
아이가 먼지 알러지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일단 기관지염이 의심이 되고,
항 바이러스제를 처방해줄테니
약을 열심히 먹으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의학용어가 좀 있기 때문에
한국인 통역사를 이용하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태국은 아직 약국에서 처방을 받지 않고,
수납을 하면 그 옆 창구에서 바로
약 처방을 해 줍니다.
"괜찮다.."라는 말을 듣기위해
오전 4시간과
22만원의 병원비를 지출하였습니다.
(보험서류도 완벽하게 구비해줍니다)
곧 저의 불안과,
시간, 병원비를 교환한 셈이죠.
아이는 이 날 미술캠프에서
가방에 색칠하기로 했는데
1시간 이상이나 늦었다며
저에게 계속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엄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만약에 가방에 색칠하는 시간 다 지나가면
어쩌냐고 걱정해서,
그러면 걱정만 하지말고,
선생님께 수업이 끝난 후 남아서
끝날때까지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다행히 오후에 하는 수업이었어요)
아이는 병원에서 준 약을 먹은 후,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실은 기침이 더 심해졌어요..
저는 덕분에 또 밤을 꼴딱 샜구요.
잠을 못자서 어떻게 하냐는 저의 말에,
자기는 간간히 기침한 것 이외에는
잠을 잘 잤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밤을 꼴딱 샜지만,
새벽 6시 30분에 택시타고
치앙마이 대학교에 가서
10km 가상마라톤까지 하고 왔습니다.
물론 좀비모드로요.
오늘은 치앙마이 대학교에서
그동안 몽둥런하며 들고다녔던 몽둥이를
버렸습니다.
이제 집에 갈 때가 된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