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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Aug 10. 2024

치앙마이에서 이와중에 한밤의 소동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기

지난 주 금요일 밤,

아이가 아프기 시작한 밤에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해열제를 먹고도

밤새 열이 떨어지지 않는 아이의 몸에 있는

열을 떨어뜨리려고,

수건에 물을 적셔서

아이몸을 닦아주고, 침대에 누웠다가

열을 재보고, 해열제를 먹이고를 반복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새벽 3시에 휴대폰으로 날아온 결제문자,

23만원 가량 돈이 빠져나갔어요.

출처는 제가 모르는 곳입니다.

사용처를 보니까

North South building으로 나왔어요.

새벽 3시에, 제가 자는 시간에 날아오는 문자는

무조건 도용이죠.

그게 머릿속에 입력이 되어있습니다.

왜냐하면 10년전에 동일한 경험이 있거든요.

2012년 경력직으로 입사한 곳에

입사 한 달만에,

신혼여행 다녀온지 일주일만에,

브라질로 출장을 갔어야했어요.

브라질은 땅덩어리가 꽤 크잖아요?

마나우스 2주, 깜삐나스 2주

정도의 일정이었는데

어떤 영업사원의 계략으로 저 혼자 상파울루에

2주를 더 남아서 업무를 봐야했어요.

주말을 끼고 월요일이 브라질의 공휴일이라

영락없이 2박 3일동안 호텔에 갇혀있어야 했죠.

(브라질은 총기사고가 많은 나라라

창살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다는게

그때 저의 생각이었어요.

거리도 돌아다니지 못했죠)

상파울루 거점 직원들이 휴일이 뭐할꺼냐고

물어봐서 할 게 없다고 했더니

'이과수 폭포'에 꼭 가라고 하더라구요.

출장지에 함께 있었던 본사 직원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싫다고 해서 저 혼자 이과수를 가기로 했어요.

한국에서 이과수를 가려면

비행기표만해도 5백만원 이상일꺼잖아요?

그런데 상파울루에서 이과수까지는

좀 비싸기는 했지만,

항공권과 숙박, 현지 프라이빗 가이드를 포함해서

약 백오십만원의 견적이 나왔습니다.

평생에 꼭 가봐야할

'악마의 목구멍' 이과수를 저 가격에 간다면

훌륭한 거라고 현지 직원들이 계속 추천을

하기도 하고,

몇 년전 브라질 출장을 다녀온 사람들이

이과수에 가지 않은 걸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말을

듣고,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현지에 있는 한국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습니다.

물론 카드 번호를 알려주었죠.

무슨 일 있겠어요?

현지 공항에서부터 마중나와있는

가이드도 있었어요.

아르헨티나 이민 2세인데,

몇 년전 MBC에서 방영되었던

'아마존의 눈물'에서 가이드를 했던 분이라고

했는데, 숲에서 갇 뛰쳐나오신 듯

헝크러진 긴 머리를 휘날리며

저를 맞아주셨어요.

악마의 목구멍에 가려면

사람이 없을 때 가는게 좋다며

다음날 꼭두새벽에 데리러 오셨는데

제가 너무 춥게 입고 와서

딸의 잠바를 챙겨오시기도 했습니다.

이과수 폭포는 정말 웅장했어요.

거기다가 악마의 목구멍에는

정말 빨려들어갈 것 같았죠.

맞아요.. 평생에 꼭 가봐야할 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식사도 함께 하고,

비자도 없는 저를 파라과이 밤거리까지

차를 몰아 데려가기도 하셨죠..

(진짜 무서웠어요. 밤 거리에 총을 든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암튼, 아마존의 눈물 가이드가 안내해준

이과수 폭포 관광을 무사히 마치고,

상파울루에서의 출장업무도 무사히 마치고

한국에 복귀한 후 며칠 후 새벽 3시,

200만원 정도의 카드가

브라질 어느 상점에서 긁혔습니다.

제가 카드 번호를 가르쳐준 건

현지 여행사 뿐인데,

그곳에 연락해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했죠.

삼성카드에 신고를 하고,

다행히 그 시간에 저는 한국에 있다는 걸

확인받은 후

200만원 카드값은 취소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한국에 있을 때는

해외결제를 꼭 막아둡니다.

아.. 그래서, 치앙마이에서

새벽 3시에 23만원 결제문자가 날라왔을 때

당연히 도용이라고 생각했죠.

카카오톡 고객센터에 바로 전화를 하려고하니까

제가 해외유심카드를 사용중이라

전화는 불가하더라구요.

그래서 카뱅 고객센터에 직접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카드가 도용인지 아닌지는

다음에 판단하고 카드부터 중지시키라고 하는데

제가 가져온 유일한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였기 때문에 좀 망설이다가,

일단은 중지를 시켰어요.

고객센터분이 새벽 3시인데도 불구하고

어찌나 발빠르게 움직여주시던지

카드는 일단 분실신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난게 다음날 이동할 호텔에서

결제를 한건가? 싶더라구요.

이미 결제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력을 뒤져보았습니다.

토요일에 North 8 condo에서

치앙마이 산티탐에 있는 호텔로

이동 예정이었어요.

원래는 POR 산티탐 호텔로 예약했다가

후기가 정말 너무너무 안좋아서

전 주 일요일에 booking.com을 통해

다른 호텔로 예약을 했었죠.

그때 카드번호를 모두 입력했고 환불 불가 예약이라서

예약이 바로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문자도 받은 기억이...)

동일한 호텔을 2주 전에 예약을 했을 때는

부킹닷컴 암스테르담이라고 카드에 찍혀있더라구요.

그러면 동일한 호텔을

동일한 부킹닷컴사이트에서 예약하면

같은 승인처가 찍혀야하는거 아닌가요?

어떤 실마리도 없는,

north south building 이라고 하니

의심을 했던 거죠..

제 카드가 체크카드라 결재일을 확인해보니까,

예약했던 날 돈이 빠져나가지 않은 걸 확인했습니다.

그러니까, 새벽 3시에 빠져나간 돈은

저희가 그 날 이동할 호텔에서

새벽 3시에 돈을 뽑아간 것이죠.

환율때문인지 금액도 달랐습니다.

몽롱한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고

차근차근 생각하니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그리고 고객센터 직원에게 카드 분실 신고를

다시 풀어달라고 했더니

그건 제가 해야한다고 해서,

얼른 분실신고를 풀었습니다.

다음 날 호텔에 체크인하면서,

"너희가 새벽 3시에 호텔비 결제한 거 맞지?"

라고 물어보니

해맑게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하네요.

아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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