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글쓰기로 마음여행 북클럽 단어선물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맥주컵에 벌컥벌컥 마신 레몬소주에 인사불성되어 남자친구들에게 번갈아 업혀서 집에 들어왔다. 우리는 가난한 대학생이 되었고, 그 전에 문학모임을 만들었다.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술마시고, 영화보고 이야기하고 술마시고, 비가 온다고 술을 마시고, 누군가가 연애를 한다고 술을 마시고 그냥 매일 마셨다. 장마철 땅에 스며들었던 빗물이 다시 솟는다는 의미의 '선샘' 모임은 그야말로 술샘이 되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연애를 하고, 누군가에게 첫사랑이 되었고, 첫사랑을 했다. 삼각관계가 되기도해 가끔 눈물 흘리는 사랑을 쟁취하지 못한 친구를 보기도, 둘을 사랑할 수 없음을 마음아파하기도 했다. 사랑을 한다는 것도 마음이 저렸고, 누군가의 사랑을 거절하는 것도 아렸다.
대학생이 된다는 건 술을 자유롭게 마실 수 있고, 연애를 몰래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던 듯 하다. 우리 술샘, 아니 선샘 모임 친구들은 모두 술고래였다. 각 소주 2병은 기본이었다. 늦게 합류한 한 친구는 소주 주량이 그렇게 쎄지 않아 소주 반 병을 마시고도 대학교 교정의 나무위로 기어 올라가기도 하고, 무박 2일로 떠난 부산 태종대에서 바위를 기어올라가 우리를 심장 쫄깃하게 만들기도 했다.
우리는 가난한 대학생이었기에 가끔만 맥주를 마셨다. 맥주 2,000cc 주문하면 금방 소진되었기에 맥주값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벌컥 벌컥 들이키는 맥주는 화장실을 자주가게 만들었다. 거기다가 피처로 주문하는 맥주는 너무도 싱거웠다. 이렇게 맛없고 배부른 맥주를 왜 마실까 의문이었다. 거디가가 재미있는 이야기로 자리를 뜨고 싶지 않을때가 많아 화장실을 자주 가는게 좋은 점은 아니었다. 대신 소주를 마셨다. 소주는 병따개로 홍길동도 만들 수 있고, 마시면 금방 취하고 남은 돈으로 2차나 노래방도 갈 수 있었다.
맥주이야기를 쓰다 대학 신입생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니, 비오는 날 잠깐 그 시절로 돌아갔다. 맥주를 마시며 보던 조성모의 헤븐 뮤직비디오가 떠오르는 한 낮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