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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뱅 Jan 02. 2024

친구야, 나 먼저 간다

남는건 친구뿐이다

그녀는 밤중에 부산의 웨딩홀들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고 리스트를 보냈다.

"여기서 괜찮은데 몇개 가서 상담해보고, 말해줘~"

그녀는 다른 곳도 몇 군데 가보고 비교해서 같이 결정하길 바랬다.


"응, 오늘 가능하면 몇 군데 상담해볼게"

비교해볼 필요는 있을거 같았다.


그렇게 부산에 내려온 다음날, 나와 어머니는 웨딩 상담을 위해 XX 호텔을 방문했다.


"여기가 야외결혼식은 부산에서 제일 유명해요"

자부심을 가진 상담사님은 웨딩홀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서울과 달리 부산은 웨딩플래너가 아닌 웨딩홀에서 전반적인 계획을 담당해주었다.


"생화 추가하면 이만큼이 늘어나고요, 드레스도 VVIP 라인으로 하시면 추가금이 붙어요, 식당은 호텔에 있는데서 가능하세요"

전반적인 흐름과 준비할 것이 너무 많고, 메이크업 샵, 드레스 샵의 이름은 왜 그렇게 어려운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럼 계약은 오늘 하실거에요? 지금 가능한 날짜가 거의 안 남아서 빨리 하시는게 좋은데"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빽빽한 결혼식 준비 리스트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어머니는 마음을 굳혔다.


"아..그게 잠시 얘기 좀 해도 될까요?"

다른곳도 상담을 하려 했던, 난 다급히 말했다.


"다른데도 상담해봐야 되지않을까?"

"어디? 이 시간에 어딜가게? 다른데 다 전화 해봤는데, 다 안된다더라. 그냥 여기가 낫다."

결심을 굳힌 어머니는 다른 곳은 원치 않는 듯 했다. 생각보다 길어진 상담으로 다른 곳을 가기엔 늦긴 했다. 죄인이자 불효자인 난, 결재자인 어머니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다른데는 가보지도 않고 계약까지 할 수가 있어?"

그녀는 아주 많이 화가 나보였다.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었어.. 그 상황에서 다른데 가자고 할 수도 없고, 나 내일 돌아가야 되잖아"

다음날 복귀 예정이었던 나에겐 오늘 밖에 결정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 사정을 알 수 없을 그녀의 화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나름 화기애애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너 집은 어떡할거야?"

어머니는 T다. 아주 현실적이다.

"전세로 할 수 밖에 없지, 모은 돈이 없잖아, 그래서 그런데 나 좀 도와주면 안되?"

분위기가 나름 풀렸다 생각한 난, 욕심을 부렸다.


"뭘 잘 했다고 도와줘, 지금 준비할 시간도 없었는데 그 큰돈을 어디서 구해!"

예상했지만,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나는 이에 실망했다.


"아들이 그래도 결혼하는데, 좀 도와줄 수 있는거잖아!"


끝까지 불효자였다. 그렇게 한참을 싸운 난 홧김에 집을 나와 걸었다. 편의점에서 끊었던 담배와 맥주 한 캔을 사서 공원에 앉았다. 그 어느때보다 위로가 필요했던 난 몇명 없는 X알 친구에게 연락했다.


"잘 지내나?"

"어쩐 일이고?"

평소에 자주 왕래가 있지 않은 우리였다.


"내 먼저 간다."

"뭔 말이고?"

"내 아빠 됐다"

"ㅋㅋㅋ 와 ~미친새끼, 진짜 했네 "

평소에 난 사고쳐서 결혼 할거라고 말하고 다녔다.

결혼으로 무겁기만 했던 요즘, 가볍게 말 해주는 친구의 미친새끼란 말이 고마웠다.


"야, 니가 제일 먼저 가는구나."

"그니까 그래 됐다 ㅋ"

"아들이가, 딸이가. 아직 모르나?"

"5주 됐다, 다음달은 되야 알 듯."

"그래도 축하한다, 요즘엔 그게 축복이더라"

X알 친구는 달랐다. 내게 가장 필요했던 위로를 정확하게 해줬다. 그렇게 한참을 통화하며, 무거웠던 마음은 견딜만 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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