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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뱅 Jan 16. 2024

물개박수 잘 쳐라

플래너를 믿지 마라

부산에서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난 본격적으로 웨딩플래너와 계획을 짰다.


"신부님 스튜디오 촬영용 드레스는 언제 피팅이 가능하실까요?"

플래너의 추진력은 좋았다.

"제가 3교대라 쉬는 날이 불규칙한데, 15일 이나 19일 괜찮을까요?"

그녀의 쉬는 날과 내가 쉬는 날을 맞춰야 하다보니, 가용한 날이 많지 않았다.


"신부님 확인해보니, 그때는 예약이 꽉 찼다고 하네요. 혹시 22일 2시는 안되실까요?"

"저는 그때 쉬는 날이긴한데... 오빠 괜찮아?"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내게, 화요일 2시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점과 적지않은 비용을 내면서 드레스 샵의 스케쥴에 우리가 맞춰야 한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차 써야지 뭐.."

혼자 가라 하고 싶은 마음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 했다.


"신랑님 촬영예복 피팅은 언제로 해드릴까요?"

"18일로 해주세요."

"네, 예약 해드릴게요"

추진력은 정말 좋았다.


18일 저녁 내가 입을 양복 두벌을 대여하기 위해, 우리는 정장샵으로 갔다.

"색깔은 보통 네이비랑 베이지 하나씩 하세요."

"그렇게 두 벌 입어볼게요"

직원이 추천한 옷 두벌을 입어보고 기장만 조절하기로 했다.


"여기 계약서 있구요. 환불이나 취소는 불가하세요. 두 벌 대여해서 부가세 빼고 50만원, 결제는 55만원 입니다."

뒤통수를 맞은거 같았다. 수백만원짜리 스드메를 플래너와 계약 했는데, 정장 대여는 따로라니.


"이거 계약에 포함된거 아니었나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오빠건 따로였어, 계약서에 있었잖아"

그녀는 따지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했다.


"하루 입으려고 이 돈 내고 대여한다고? 차라리 좋은거 하나 사는게 낫지"

비용이 불합리 하다는 점을 직원 면전에서 토로했다.


"촬영때 두 벌은 있으셔야해요. 한 벌론 모자라요"

어떻게든 결제를 하게 만들어야 하는 직원은 불안한 눈빛으로 설득했다.


"맞아 한벌은 모자라지, 이건 내가 결제할게"

그녀도 내가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걸 원치 않는듯 했다.


"촬영 전 날에 픽업 하러 오시면 됩니다."

"스튜디오가 가까운데 갖다주면 안되나요?"

"아침에 이른 시간이라 어려우세요"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마음에 안 드네, 장삿속이 심하잖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난 불편함을 계속 토로했다.

"끝났어 우린 시간이 없으니까 이런건 감수 해야지 뭐."

맞는 말이긴 했다.


22일 화요일 난 오후 반차를 쓰고, 청담동에 있는 드레스 피팅샵으로 향했다. 그녀와 플래너는 먼저 도착해 있었다.


"오늘은 총 6벌을 보실거고요. 여기서 3벌 그리고 서비스 드레스 한 벌 골라 주시면 될거 같아요."

시간이 촉박한 우리는 한 샵만 방문하여 드레스를 최대한 빨리 고르기로 했다.


단상과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치고 염을 반복하는 커튼까지 영화에서 본 것 그대로 였다.


"어머 신부님 너무 슬림하시다."

"너무 잘 어울려요"

피팅을 도와주는 분들의 칭찬이 이어졌고, 커튼이 열렸다.


"!"

이쁘긴 했다.

그녀는 163cm, 46kg 인데, 다리 길이는 나와 비슷할 정도로 비율이 좋다. 확실히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예뻤고 난 나도 모르게 일어섰다.


"어때?"

어색하게 묻는 그녀

"이쁘다"

진심이었다.


"다음걸로 입어 볼까요?"

그렇게 나는 6벌의 드레스를 신중하게 봤고, 그녀는 극도의 어색함으로 삐걱거렸다.

"마음에 드는거 있어?"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난 잘 모르겠어"

"일단 난 이건 무조건 해야 될거 같고, 얘는 좀 별로더라 빼자, 그리고 얘랑 쟤가 좀 고민인데 골라봐"

평소 패션에 관심이 없는 나였지만, 그녀의 드레스 피팅에 적극적인 나였다.


"어머 신랑님이 이렇게 적극적인 경우 잘 없는데, 신부님 너무 좋겠다"

직원들도 박수치고 적극적인 피드백을 주는 나의 태도에 높은 점수를 주는 듯 했다.

마지막 드레스까지 내 취향을 적극 반영되었고, 우리의 드레스 투어는 한시간 만에 끝났다.


"아쉽지않아? 다른 사람들은 대여섯 군데씩 돌아본다는데."

"어쩔수 없지, 시간이 안되잖아"

현실과 타협하게 하여, 미안한 마음이 드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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