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뱅 Jan 30. 2024

첫 고비: 웨딩촬영 -오후

도시락이랑 간식은 무슨, 커피가 최고다.

"자~ 웃으세요. 자연스럽게 하셔야 이쁘게 나와요."
촬영이 시작되었고, 얼굴은 웃는 상태로 고정이 되어야 했다.

"얼굴에 쥐 날거 같아"
광대 아랫쪽이 땡기기 시작한 나였다.
"나 너무 어색해"
사진 찍는걸 좋아하는 그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힘든듯 했다.

"신랑님, 신부님이랑 사이가 너무 좋으시다. 신부님 쪽으로 너무 기울어졌어요"
작가님은 유능했다. 촬영으로 긴장되고 힘들 우리를 농담으로 풀어주면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도와줬다.

"자, 이번에는 신부님 독사진 찍겠습니다. 신랑님은 잠시 기다려 주세요"
결혼은 여자가 주인공이 되는 날이라는게 실감났다. 촬영의 3분의 1은 신부의 독사진 촬영이었고, 나도 옆에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고생하셨구요, 옷 갈아입으시고 다음컷 찍을게요."
신부의 드레스는 총 4벌이었고, 한 벌당 수 백장은 찍어야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헤어담당 XX 입니다."
때마침, 헤어 디자이너님이 도착했고, 그녀의 다음 촬영을 위한 세팅에 돌입했다. 여사님의 도움을 받아 드레스를 갈아입고, 그 드레스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새로 세팅을 해주는 디자이너님의 손길로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 했다.

"헤어 디자이너님 대박이다."
그녀와 나는 매우 만족했고, 추가비용 30만원이 아깝지 않았다.

"이제 긴장이 풀리셨나보다 훨씬 자연스러우세요!"
작가님은 그 밝은 텐션으로 촬영을 잘 이끌어 주었다.

"와, 이 컷 진짜 대박"
헤어 디자이너 님도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그녀에게 보여주면서 촬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걸 업데이트 해주었다.

"꺄르륵, 꺄륵!"
스튜디오에는 우리 말고도 촬영을 진행하는 팀이 더 있었는데, 우리 앞 팀의 신부는 텐션이 남달랐다.
"신부님, 너무 밝으시다"
앞 팀의 신부는 정말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다' 라는 느낌을 주면서 촬영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신기하게 봤다. 목소리 부터 애교가 많은 걸로 봐선 평소에도 관심 받는걸 좋아하는 분인듯 했다.

"다음 컷 가기전에 옷 갈아 입으실게요"
그렇게 2번째 드레스에서의 촬영이 끝나고, 시간은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됐다.

인터넷에서는 좀 더 나은 촬영을 위해, 모두의 도시락을 싸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난무 했지만, 현실에선 김밥 한 점 먹을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커피만 간신히 마실 수 있었고, 머리나 옷을 바꾸지 않던 나 조차도 밥 먹을 정신이 없었다. 촬영전에 주문한 스타벅스 커피가 최고였다.

"괜찮으세요? 신랑님! 휴지 가져와주세요!!"
스튜디오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고, 우리 뒷 팀의 신랑이 다급하게 뛰어나왔다.

"걸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뒷 팀 신부가 부축을 받아 대기실 쪽으로 가고 있었다. 빈 속의 촬영이 너무 고됐던건지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침착하게 대처하는 스텝들을 봤을때, 종종 있는 일인듯 했다.

"자 이제 절반 했습니다, 좀 더 힘내봐요!"

커피를 마시고, 작가님은 다시 재충전 된 모습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김밥 몇 점을 주워먹은 나는 그만하고 싶다는 말이 턱에 걸렸지만, 정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옷 갈아입고, 머리도 바꾸느라 정신이 없을 그녀를 보고 찍소리도 못 했다. 그녀는 촬영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인생에 한 번뿐인 촬영에 사력을 다 하는 듯 했다.

그렇게 세번째 라운드가 끝나고, 그녀는 또 환복했고 다른 커플이 대기실에서 나왔다.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있었던 신부의 등이 거뭇해서 자세히 봤더니, 문신이 있었다. 그 때 어른들 말을 들어서 나쁠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미인이었던 그 신부는 문신 때문에 드레스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신부님 드레스 너무 잘 고르셨다. 색깔이 너무 잘 어울려요"
"이 사람이 골랐어요ㅎㅎ"
그녀의 마지막 드레스는 초록색이었는데, 한소희가 영국에서 입어서 화제가 된 것과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한소희랑 비슷한 헤어로 부탁드릴게요"
사진을 찾아 보여드리며, 내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신부님 신랑님이 사진을 포징을 잘 해주셔서 제가 욕심이 난 촬영이었네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아침 7시에 샵에서 준비를 시작했던 우리는 오후 4시에 촬영을 마쳤다.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중간에 확인 한 사진 퀄리티는 훌륭했다.

"오늘 촬영비 50만원 결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랬다. 촬영비는 따로였다. 플래너와 계약에 들어간 비용은 스튜디오 대여비고 촬영비는 따로라고 한다. 예상치 못한 결제의 순간이 올 때마다 불편했지만, 인생에 한 번있는 일이니 또 한 번 넘어갔다.

이전 13화 첫 고비: 웨딩촬영 - 오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