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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빛 Dec 14. 2021

12. 퇴사, 그리고 그 후

퇴사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도전





2015년 1월 5일

~ 2021년 8월 31일



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회사 생활이 끝났다.

뭔가 열심히 기록해보고자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선정된 후에 일상을 기록하고자 했는데..

열심히 기록하기 전에 나의 회사 생활이 먼저 끝나버렸다. 세상에.



퇴사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이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지금 이 월급(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작고 소중했을 뿐)을 받을 수 있을까?

나를 받아주는 다른 회사가 있긴 할까?

똑같은 직업인으로 일해야 할까,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할까?"


그만두는 마지막 날까지 나의 생각은 끊이지 않았고, 결론은 '그래 우선 쉬자.'

거의 7년을 쉬지 않고 꾸준히 일을 해 온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쉬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마지막 근무 날.

남아있는 연차 소진을 위해 짧게 4시간 근무를 끝내고 바를 나섰다.

좋은 사람들과 깊게 인사를 나누지도 못한 채, 그렇게 기약 없는 안녕을 고하며 돌아섰다.





여기서 잠깐.

지나간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회사를 그만두면 굉장히 아름답게 그만둘 줄 알았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며 손뼉 칠 때 떠나는 그런 아름다운 이별을 꿈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 순식간에 모든 관리 권한을 박탈하고 회사에 없는 유령이 돼버렸다.

마치 내가 무언가 크게 잘못해서 그만두는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그렇게 나는 갑자기 그만두는 사람이 되었다.


갑자기.

과연 그만두는 그 순간에 있어서 갑자기라는 단어가 맞는 걸까?

나에게 회사는 굉장히 애정을 담은 공간이었고, 나의 많은 것들을 쏟아붓고 갈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려고 하는 데에는 분명 그에 맞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누구나 그렇겠지만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은 평소에 힘들거나 지쳤다는 신호를 보냈을 거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았을 뿐. 나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게이지가 채워졌을 거고.


그렇게 나의 퇴사는 나의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았다는 것. 그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어쩌면 내가 사회에 덜 찌들어 마지막 순간이 아름다울 거라는 망상에 빠져있었을 수도 있고..





다시 돌아와서.

그렇게 마지막 근무를 끝내고 매장을 나선 나는 몇 가지 감정을 경험했다.



1 일시정지

모든 것들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잠시 휴가를 떠난 기분. 곧 매장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고, 매일 울려대던 메일과 메신저가 조용하니 어색했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던 이 빠져버렸으니_ 모든 스위치가 꺼진 듯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았고, 모든 것들을 다 잃은 듯한 기분에 자존감마저 떨어질 정도였다.


2 이질감

멈춰있던 것들에 하나둘 익숙해지니 나의 일상에 굉장히 어색해졌다.

매일 일어나 움직이던 시간에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기도 하고,

'나 이렇게 놀면 안 되지 않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고,

누구 하나 나를 찾지 않는 시간들을 경험하며 나의 일상에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3 삼위일체(종교적인 개념이 아닌)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덧 나는 모든 것에 초연해지고 익숙해지고 있었다.

반려견과의 하루 2회 산책이 익숙해지고, 오늘 꼭 해야 할 일도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몸과 마음 그리고 머리까지. 현실에 순응하고 적응하고 있었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이렇게 빠르게 회사를 잊어가는 나에게 놀랍기도 했다.






마치 7년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그렇게 나는 나의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나에겐 그 순간이 올해 8월이었을 뿐.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의 타이밍은 올해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대의 타이밍은 언제였고 또 언제일까?

퇴사한다고 인생이 끝나진 않는다. 안정적이던 수입(회사원이라는 가정 하에)이 불안정해질 뿐.

그 불안정함에 뛰어들 자신이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삶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분명하다.


우리의 인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만큼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지만!

나의 선택은 누가 뭐라던 나 자신이 믿고 함께 해준다면 그거야말로 성공한 삶이 아닐까.

내가 나를 믿지 못한다는 것. 그것만큼 슬픈 결말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8월. 퇴사와 동시에 그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되었다.

9월에는 준비를, 10월에는 시작을.


그 준비와 시작 과정을 앞으로 하나 둘 담아보려 한다.

새로운 시작을 함께 또 읽고 즐겨주길. #노리밋커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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