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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빛 Feb 04. 2022

0.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우연은 운명을 위한 발돋움


#0



"이제 뭐할 거예요?"

"음, 우선 쉬려고요. 2015년부터 쭉 달렸으니.."

"맞아요. 사람이 좀 쉴 줄 알아야 해요."

"그렇죠? 퇴직금 나올 테니 그동안은 좀 쉬어보려고 합니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회사를 그만두고 뭐할 거냐고 물었다.

답하기 민망할 만큼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전쟁 날 것처럼 식량을 쟁여두고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나를 가둬야겠다는 생각으로 양껏 사들였다.



다가온 마지막 근무 날.

오전 근무를 마치고 매장을 나서는데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스쳤던 그날의 대화.


"오빠가 가게를 옮겼거든요. 근데 매장이 안 나가서 커피라도 팔아보라고.."

"오? 진짜? 재밌겠다. 쉬는 날 가서 우리 커피 팔자. 드립 내리면 되지 뭐 어때!"

"예? 아, 그레이. 추진력 좀.. 저는 안 할래요. 혼자 하세요."

"와- 너무하네. 아니 같이 해야지. 바나나 푸딩 팔고 싶다며! 가서 같이 팔자!"


동료의 오빠가 운영하던 매장을 이전했고, 기존 매장이 아직 거래되지 않고 있었다.

쉬는 날에 가서 커피를 팔아보자며 너스레를 떨었고 흐지부지 끝났던 대화.


그 대화가 바꿨다. 나의 이후를.





#1



"나 그 가게 보고 싶은데, 혹시 오빠한테 얘기해줄 수 있는지?"

"예? 진짜요? 오늘요?"


퇴사를 결정하고 사직서를 작성하고 나니, 정말 끝났구나 싶었다.

정말 이유 없이 집에 가는 길이 아쉽다는 마음 하나로 동료에게 매장을 보여줄 수 있냐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싶다. 그 순간 나는 무엇에 홀렸을까.


"안녕하세요. 오늘 가게 보러 온다고.."

"아, 예. 아까 들었어요. 여기로 오시면 돼요."



끼익-


옛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

파란색으로 물들인 공간 속 여기저기 낡고 얼룩진 흔적들.

공간을 가득 채운 기다란 바 테이블과 높은 의자들.

나무로 만들어져 삐걱대는 문과 창문.


"계약할게요."


뭔가 모를 기운에 휩싸인 채 계약서를 쓰면서 헌 것과 새것이 합쳐진 모습을 그렸다.

철학 없이 멋들어진 것들로만 채워진 공간 말고, 조금 더 나라는 사람으로 채워진 공간을 만들어보자.

소셜미디어용 카페 말고 나라는 브랜드 그 자체를 담은 그런.


신중하게 몇십 번을 고민해도 모자랄 창업을 '뭐든 직접 경험해봐야 알지.'라는 나의 가치관에 따라 한 번 고민하기도 전에 이미 시작해버렸다.



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러니 별 수 있나. 잘해야지.

잘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





[ 매장 계약 관련 ]


1.

계약 날짜를 정확하게 정한 뒤, 만약 계약일이 당일이 아니라면 가계약을 하게 된다.

가계약금은 보증금의 10%를 미리 지불하고, 계약이 시작될 날짜를 적어 계약서를 작성한다.

*가계약을 할 때에는, 전세입자와 중개인 그리고 본인 참석 필수.

*건물에 잡혀있는 근저당이 없는지, 추후 문제 될 수 있는 법적 공방이 없는지 확인 필수.


2.

계약 진행 당일에는 건물주, (권리금 지불 등 필요에 따라) 전세입자, 중개인, 본인이 참석하여 각자 계약서를 작성한다.

가계약서를 지참하여 미리 보증금 10%를 지불했단 사실을 확인한 뒤, 나머지 보증금을 지불한다.

월세 입금 날짜, 계약 기간 등 필요한 내용들을 다시 한번 확인한 뒤 계약서에 도장 또는 서명을 한다.


3.

매장 계약이 끝나면,

영업 신고 / 사업자 등록증 / 각종 공과금 명의 변경

요 3가지는 필히 진행하여야 한다. (큰 비용이 발생하진 않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였다)





오마카세 커피 바.

앞으로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건 사고들을 하나씩 펼쳐 보려 한다.

방문한 손님들과의 에피소드, 매장을 손수 인테리어 하며 느낀 점 등등.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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