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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빛 Mar 10. 2022

01. 이 시국에 그래야만 했니

그럼 어떤 시국에 이래야 하는데요?


#1



"이 시국에 차린 이유가 있어요?"

"지금 이 시기에는 좀 어렵지 않아요?"

"장사가 되겠어?"

"어쩌려고 회사를 그만뒀어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까지.

아니,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은 '이 시국에'라는 점.


이번 생에 창업은 처음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원래 회사를 다니면서도 무언가 만들어내고 추진해왔기에 이 모든 과정들이 힘들진 않았다.

모르는 것들은 인터넷 검색과 주변인들의 도움을 얻어 하나하나 해결했다.


사실 어려운 부분에 막힐 때마다

'그러게. 나는 왜 이 시국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고생을 하지?'

라는 생각에 숨막혔지만,

'이 시국이 아니라고 뭐 달랐겠어?'

라는 생각으로 여러 개의 자아가 부딪치고 싸워가며 한 고비 한고비를 넘겼다.


그러니 뭐,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아니었어도 나는 이 시기쯔음 그만뒀을거고,

어쩌다 만난 이 조그마한 공간이 나의 삶의 터전이 되었을거라는 얘기.



\

거슬러 올라가,

지난 9월. 가게 계약을 끝내고 열쇠를 넘겨받았다.

정말 내 가게가 생겼다는 생각에 뭔가 모를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던 그 날.


어떻게 인테리어를 해야할지 고민하다 스스로 꾸며보기로 결정하고 매일 공간을 검색했다.

어떤 색상으로 꾸며야할지, 어떤 것들로 채워야할지 여러 날 고민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자!

라는 생각으로 매장을 칠하기 시작했다. 파랗게 물들어있던 공간을 회색으로 채우기 시작했고,

문틀, 벽, 바닥, 천장까지 손수 칠하다보니 한 며칠은 근육통으로 앓았다.

(인테리어 작업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되었던 계기.)



페인트칠을 시작한 공간 내부
페인트칠을 1차 마무리한 공간 내부
다양함으로 채워진 공간 내부


좋아하는 색으로 채우고나니,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 둘 채워둬야겠다 싶었고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너무 작은 공간이라 내부에 화장실이 없어서 간이세면대를 설치했고,

바테이블 간격이 아쉬운 마음에 바테이블의 일부를 잘라내고,

다닥다닥 붙어있던 시트지를 떼어내고 데크에 어정쩡하게 붙어있던 인조잔디를 떼어버렸다.


아, 이제 진짜 내 공간 같은데?


인테리어를 끝내고, 매장에 필요한 집기류를 채우고 나니 한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럼 언제 개업을 할까 고민하다 10월 5일. 노리밋커피바의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설렘, 걱정, 두려움, 다시 설렘.

수많은 감정 변화 속에서 다시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한 것만 같은 기분.

우여곡절 속에서 어떻게든 공간은 만들어졌다.

이 시국에 회사를 그만 두고 나온만큼 나는 더 잘해야한다.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고, 좋은 공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다른 누군가에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 1%를 얹어줄 수 있도록 말이다.




자, 그럼 이제 커피오마카세 코스를 한 번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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