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 마이너스 2000만 원의 빚
불안한 첫발
우리 가족 97년 IMF를 온몸으로 맞았다.
98년은 겨우 버티다 99년 2층 단독주택을 헐값에 팔았다. 판매금 대부분은 빚을 청산하는데 쓰고 남은 몇백만 원으로 지하 월세방으로 이사를 했다.
부촌은 아니나 그래도 서울 변두리에서 대지 60평에 2층집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부모님은 10억 넘는 자산을 소유했을 것이다.
난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위해 과외와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했다. (과외비는 월 15만원, 막노동 아르바이트는 일당 3만 7천원에서 5만원 사이-5천원은 인력사업소 소개비로)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은 학식, 저녁은 과외 가는 길에 핫도그 하나로 허기를 면했다. 방학에는 인력 사업소로 새벽에 나가 막노동으로 학기 중 필요할 돈을 벌었다. 버텨냈을 뿐 장밋빛 미래는 꿈꿀 여유조차 없었던 시기다.
교사로 발령을 받고서도 경제적 문제가 좋아지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직장 근처 아파트 방 한 개를 빌려 쓰는 월세로 생활했다. 한 달 지날 무렵 걸핏하면 돈을 빌려달라는 집주인으로 다른 주거지를 알아보았다. 우리 집처럼 나 또한 반지하 전세방을 찾았고 공제회란 곳에서 대출을 받아 이사를 했다.
그렇게 직장 생활 첫 시작부터 내가 가진 것은 빚뿐이었다. 100만 원 중반대 월급을 받았기에 2천만 원의 빚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내게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 해도 난 절대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반지하방 만큼이나 그 시절 내 삶은 잿빛 아우라만 가득했다.
디딤돌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암담하고 또 비침할지 겪어본 나로서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20대의 내게 삶은 죽지 않고 버틸 만큼의 여력만 줄 뿐이었으니 말이다.
나이 50을 코앞에 두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을 이리 끄적이는 이유는 앞날이 기대되지 않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될까 싶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