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굴레가 빼앗아 가는 것들
돈뿐만은 아니다.
가난은 단지 불편한 것이지 불행한 것은 아니란 글귀를 어디선가 보았다.
'이런 글을 남긴 이가 과연 가난을 겪어보기는 했을까?'
가난에 깊게 빠진 나는 일말의 공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난은 돈에 대한 갈망을 덧씌운다. 가난 이전까지 살면서 누리던 것들이라도 남겨두면 다행이지만, 가난의 굴레는 사실상 모든 것을 어둡게 가린다.
바라보는 시점이 분명 이전과 달라지니 마음 또한 변화가 생긴다. 하루하루 당장 다음 끼니를 충당할 비용을 생각한다. 다음 달 지출할 각종 공과금과 월세낼 돈을 걱정한다. 돈을 쓸 때마다 신경 쓰이게 만든다. 불안해질 수밖에 없고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상황이 성향을 달라지게 강요한다.
가난의 늪이 벗어날 실마리라도 보이면 좋으련만 정말 망막할 따름이기에 긍정적 생각과 밝은 미소를 잃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가난은 개인이나 가족을 철저하게 고립되게 만든다. 삶은 실상 움직이면 돈이다. 숨 쉬듯 쓰던 교통비도, 차 한잔 누리는 가벼운 비용조차도 가난은 절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도 10년간 내가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조차 갖지 못했던 이유이다. 자가용이 있었다면 40분 걸릴 출근 시간이 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하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까지 2시간 30분이나 소요되었다. 그 시절 난 몇년간 8시간 일하겠다고 5시간을 출퇴근에 쓰고 있었다. 새벽 별을 보며 출근했고 저녁 별을 볼 때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밖이나 집안이나 어둡기는 매한가지 였다. 내 삶도 마찬가지로 어두웠으니 암울함은 차고도 넘쳤다.
가난은 돈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빼앗아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가난은 참 잔인한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