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낙담은 늪과 같다. 가난 또한 다르지 않았다.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든 까닭은 무기력이 함께 뒤따르기 때문이다. 오늘보다 희망찬 미래가 있을 것이란 기대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여기서 우울로 선을 넘어버리면 극단적 생각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쳇바퀴 같은 삶이 보였다. 가난을 짊어진 어깨를 하고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참 암담했다. 그럼에도 그냥 버텨 보기로 했다. 언젠가는 가난이란 짐이 익숙해져 고통을 느끼지 못할 날이 올 수도 있을 테고 이 지루한 일상을 만드는 쳇바퀴가 고장 날 수도 있으리라 헛된 망상을 하면서 말이다.
당시 웹페이지 열풍이 불었고 교육 쪽 업체에서도 선점하려 난리들이었다. 어찌 연결이 되어 교육용 웹페이지 제작을 위한 콘텐츠 스토리보드 작성에 끼어들게 되었다. 퇴근 이후 한 달 동안 끄적이고 받은 돈은 30만 원. 남들은 비웃을 금액이나 내겐 1년 치 인상된 연봉과 동일했기에 감사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꼴이었지만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이것이 문제를 일으킬 것은 모른 채 말이다.
겸직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다. 본업을 위태롭게 만들면서 도박을 벌일 만큼 난 무모한 자신감을 갖지는 못한 성격이다.
건강 문제가 터진 것은 이로부터 10년이 훌쩍 넘은 뒤였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도 헤롱거린다. 병원을 이렇게 주기적으로 다니는 꼴이 될 줄은 몰랐다. 건강을 맹신해서가 아니라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쫓는데 혈안이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