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나 나나 적금과 예금의 차이를 몰랐다. 적금 이자가 가시적으로 높아 보이니 예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적금은 다달이 불어나는 돈에 이자가 붙는 것이고 예금은 목돈에 매달 이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적금 금리가 5%라면 예금 금리로 2.5%로 보면 된다. 딱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500만 원이나 1천만 원까지는 적금으로 모이면 곧바로 이 돈을 예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실질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예금은 손해라 말하지만 소중한 자산에 리스크를 감수하기 싫다면 은행에서 지급보증하는 금액 이내인 4천5백만 원 예금을 추천한다.
97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은행이 망하는 것을 보면서 난 은행 또한 언제든지 고꾸라질 수 있단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5천만 원가량의 통장이 1개면 3%대 저축은행이나 신협 중심으로 연 150만 원 이상의 이자를 받는다. 2개면 300만 원 이상, 10개면 1500만 원 이상을 안정적 이자로 받을 수 있다. 은행 이자만으로 예금 통장을 늘려갈 수 있는 기반이 닦이게 된다.
서울 아파트 값을 기준으로 놓고보면 볼품없는 금액일 수 있다. 가난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던 나에게 예금 통장 하나는 희망이 보이는 꿈같은 일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회상된다. 통장이 풍선처럼 마구 부풀었으면 좋겠지만 살아보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잿빛 가난이란 아우라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정도이다.
낡은 주택을 직접 리모델링 한 뒤 숙박업을 해서 돈을 번다는 이도 있고 이런저런 방법들이 떠돌지만, 모두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감안하고 도전해야 할 사안들이다. 은행 이자는 지급보증액만 넘지 않으면 리스크를 걱정할 일은 사실 거의 없다.
가끔 터무니 없이 높은 이자를 내건다면 망하기 직전에 돈을 끌어들이려는 것이거나 정식 은행인지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는 있다.
난 과도한 이익을 내세우는 것은 대부분 회피하는 편이다. 하이리턴 하이리스크를 절대 잊지 않기에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유 없이 여러 사람의 자본을 부풀려주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