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셔틀. 얼렁뚱땅이 불러온 사고
아침 한끼는 결코 녹녹치 않았다.
아침마다 힘없이 교실에 엎드려 있다 보건실로 직행하는 녀석이 있었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아이의 파워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늦게 시동이 걸리는 타입인가 했다.
"우와"
"좋겠다."
"난 별로"
"왜"
"배가 자꾸 아파"
울려 퍼질듯한 감탄사에 귀가 향했지만 이렇게 들려온 끊긴 대화로는 이야기 주제를 알 수 없었다.
"부럽다. 아침부터 치킨이나 피자 먹고"
올망졸망한 아이들끼리 어쩌다 아침 메뉴 이야기가 나왔나보다. 누가 아침부터 패스트푸드로 배를 채우나 했더니 힘없이 널부러진 그 녀석이었다.
퇴근 후 집에와서 가만 생각해보니 치킨이나 피자는 오전에 배달되는 메뉴가 아니었다. 이튿날 아이를 불러내 혹시나 싶어 물었더니 어림잡았던 내 생각이 맞았다. 지금까지 아침은 저녁을 먹고 남은 음식들을 살짝 데워 먹고 있었던 것이다.
오후 늦게 일을 나가 다음날 아침에 집으로 돌아오는 한명뿐인 보호자의 라이프 스타일도 알았다. 다른 한명은 이혼으로 연결 고리가 끊어진 상태였다는 사실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는 모닝 복통과 점심을 먹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패턴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고 난 무모한 도전을 하고야 말았다.
'어짜피 하던건데 그게 뭐 어렵겠어.'
나의 얼렁뚱땅이 내 뒤통수를 호되게 때릴 수 있음을 당시는 짐작도 못했다.
출근 전에 아들 아침을 준비하고 나왔다. 김밥, 유부초밥, 볶은밥... 한접시 음식들을 만들었었다. 아들이 먹는 음식이었기에 모두 도마와 칼의 사용은 필수 였고 당연히 전자레인지만 돌리면 완성되는 냉동식품은 아니었다.
'아들 도시락 양을 두배로 늘려서 반을 갈라 녀석에게 건네면 된다.'
이렇게 너무 단순하게 착각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아들의 아침 준비와 녀석을 향한 도시락 셔틀을 시작했다.
"잔반이 문제였다."
그렇게 보름가량 흐르면서 슬슬 고민이 생겨났다. 아들의 음식 취향 위주로 만들다보니 이 녀석은 잘 먹을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던 것이다.
"아들은 육식파 vs 녀석은 해산물파'
결국 한 가지 메뉴를 둘로 나눈게 아닌 두 가지 메뉴를 각각 준비하느라 출근 전 아침시간은 더 분주해졌다. 녀석이 원해서도 아닌 내가 스스로 시작한 도시락 배달이기에 물리거나 멈출 수도 없었다.
'이 방정맞은 오지랖'
내가 내 발등을 제대로 찍은 것이었단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유일하게 아들과 녀석의 음식 교집합은 김밥이었다. 김밥의 질을 올려보겠다고 치즈까지 넣었다. 그것이 큰 실수란 것을 난 까맣게 잊었다. 녀석이 갑자기 도시락을 먹고 배가 아프다며 보건실로 향했다.
'맞다. 치즈!!! 어쩌지.'
녀석에게 치즈 알레르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난 완벽하게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스레 설사로 끝났지만, 등골이 오싹했다. 나의 얼렁뚱땅 습성 때문에 선의가 고통을 안겨주는 사고를 치고야만 것이었다.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때까지 도시락 셔틀은 이어졌다. 그 때의 경험 때문인지 그 이후로 두번 다시는 교실의 아이들에게 아침을 먹었는지 묻지 않는다. 언제 무슨 사고를 칠지 나조차도 나를 불안해 했기에.
무엇보다 정성껏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때나 선의라는 손을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얼렁뚱땅 아빠의 실력은 갈길이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