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
6학년 여자아이 셋이 가출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저녁 11시 30분 잠자리에 들려할 때 걸려온 전화로 알았다. 새벽 3시까지 찾아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와 잠깐 잠들었다 다시 출근을 했다. 형사가 타고 온 승합차는 뒷문이 안에서 열리지 않는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형사들도 마음이 급했는지 나는 덩그러니 버려두고 자신들만 내리려 했으니 말이다.
'지금 어디 있는지 말하면 막아준다. 5분 내로 문자 보내!'
가출 소녀 3인방에게 내가 보낸 문자였다. 1분도 되지 않아 회신을 해왔고 결국 찾기는 했다. 서둘러 양육자들에게 아이들 위치를 발송하고 형사들과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아주 상상하지 못할 가관을 보게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제 아이를 끌어안고는 남탓 하는데 여념들이 없으셨다. 이게 정말 아이 부모가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모습인가 의아했다.
'가출하자.'
이 말을 누가 먼저 했는지를 놓고 옥신각신이었다. 상황이나 환경이 문제를 만들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될 수는 있으나 문제를 촉발한 근본적 원인은 아니다. 그 상황에 덥석 손을 내민 판단은 오롯이 당신들 자녀가 직접 선택한 것이다.
'왜 내 아이가 가출을 선택했을까?' 자신을 향해야 할 반성은 없고 남 탓에만 몰두하는 참 신박(?)한 꼴들을 필터링 없이 보여주고 있으니 한심했다.
누구누구 때문에 일이 벌어질 수는 있으나 그 이벤트에 내 아이가 섞여 있다면 그것은 당신들 자녀가 택한 것이다. 남 탓으로 돌린다 하여 그 책임이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
물타기를 하면 책임도 1/n 된다 믿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책임전가 모습까지도 자녀는 아주 잘 배우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름을 분명하게 각인하고 자녀에게도 지도해야 한다. 매번 책임회피로 일관하며 물귀신 마냥 남을 끌어드리는 옹졸한 모습을 부모로서 보이고 싶은지 깊이 생각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