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미래
'집을 팔아 회사를 세웠다.'
페라리 박물관 벽에 쓰여 있는 문구였다. 엔초 페라리는 자신이 정말 하고픈 일을 위해 집을 팔아버릴 용기가 있었다.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은 어떤 맛일지 난 전혀 모른다.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서 조금은 개선된 방향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늘 판단하고 또 실행했다. 지금의 삶을 후회하지는 않으나 원하는 것을 누리는 삶에 대한 동경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들은 명차에 대한 관심이 많다. 어릴 적 수시로 자동차 장난감을 사준 것 때문인지 아들이 본래 좋아해서인지 전후관계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모데나를 들린 이유이다. 아내나 나나 발사믹 본고장에서 식초를 구입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있는 것과는 달리 말이다.
난 바라는 삶을 거닐어보지 못했다. 지금 가는 길은 안정에 기반을 둔 평탄한 삶이다. 나이 50에 이 정도를 부족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지금 내게 다이내믹한 상황들이 이어진다면 감당하지도 못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들의 삶은 달랐으면 싶다. 아내와 내가 선택한 것처럼 어쩔 수 없는 길은 아니기를 바란다.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를 때 그것이 단순히 생존을 최우선에 놓아야만 하는 몰림이지는 않았으면 한다.
원하고 바라는 길이 곧 아들의 삶이기를 바란다. 그런 아들의 삶에 내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힘이 남아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