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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적응기 13

자녀의 말과 행동

by Aheajigi

말과 행동은 사고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좀비가 아닌 이상 사람은 뇌의 명령에 따르기 때문이다.


친화적 어투와 온순한 제스처는 가식만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그것이 학생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언젠가 본모습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러블리 한 아이들은 말과 행동에 날이 서있지 않다. 사용하는 어휘가 절대 거칠지 않으며 행동 또한 포악스러움과 거리가 멀다.

이와 반대라면 정상적인 아이들은 피한다. 물론 비슷한 부류들은 익숙함 때문인지 어울린다. 이런 맹수 같은 사이가 절대 원만할 리 없다. 계속 갈등을 양산하면서도 가깝게 지내니 교사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잘 자라면 난봉꾼이지 싶으니 말이다.


콩 심은 데서 팥이 나올 리 없으니 그들의 양육자들 또한 보통은 아니라 직감한다. 당연히 공부는 관심 밖이고 늘 시시콜콜한 문제로 전화질이다. 이들과 마주할 때면 내가 교사인지 콜센터 민원대응팀인지 헛갈린다.

학교란 좁은 곳에서도 어수선한 상태인데 과연 더 복잡한 사회에서는 어떻게 지내려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미래에 공중파만 안타도 다행이라 여긴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다. 아무렇지 않게 표출하는 말과 행동들은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게 아이들이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 운전 중 화가 난다고 쏟아내는 샤우팅, 타인과의 갈등 상황에서 이성은 날아가고 본능만 가득한 눈 뒤집힌 성질머리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자꾸 문제를 일으킨다면 아이가 아닌 양육자 스스로를 먼저 살폈으면 싶다. 뿌리 깊은 익숙함과 장기간 스며든 모든 것은 스스로만 이상을 느끼지 못함일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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