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떠난 지 벌써 30년

내가 택한 길이지만

by Aheajigi

대학부터 시작해서 서울을 떠난 지 30년이다. 가족과 한강 나들이를 왔다. 여의도 현대 백화점도 들렸고.

태생이 서울이지 이제 30년 살아온 곳의 사투리도 입에 붙었다. 이미 내가 촌사람이긴 하다.


서글픈 건 아니다. 서울에 살 기회도 있었다. 사립학교 면접을 봤으니 말이다. 1명 모집에 1명 응시라는 절호의 기회를 내가 차버렸다. 표면적 이유는 미션 스쿨이기에 종교를 강요했다는 것이었으니 실제로는 박봉 교사 월급으로 서울에서 갈아갈 엄두가 안 났다. 아무리 계산해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때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내가 서울 살이를 택했다면 아마도 난 지금 주택담보대출에 허우적거렸던지 전셋집을 옮기느라 정신없었을 것이다.


아들과 아내는 한강 공원에서 자전거 탔고 난 유람선 선착장 앞에서 갈매기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이 던져주는 과자를 따라 강을 거슬러 올라온 녀석들인 것인지 내가 20년 서울을 살면서도 한강에 갈매기가 있음을 몰랐던 것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바다 특유의 비린내도 나지 않는 로마 콜로세움에서도 갈매기를 보고 신기하다 했는데 한강에서 마주한 갈매기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아들은 활기 넘치는 한강공원 인파를 보며 본인은 서울에 살고 싶다 한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 뒤에 얼마나 치열함이 있는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일이라 미리 말하지는 않았다.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그들을 바라보며 일하는 이들도 있음이 아들의 시야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서울 살이라... ...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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