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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던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

추측이긴 하다.

by Aheajigi

엄청난 필력으로 글쓰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아이가 있다. 감성이 넘치는 글은 남자아이의 글이라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 아이가 자랐고 최근 근황은 뜻밖이었다. 모델이 되려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왜 글을 안 쓸까?'


사람들의 궁금함은 아마도 여기에 멈췄을 것이다. 그 아이가 글에 빠진 이유는 다름 아닌 그 아이의 엄마가 많이 아팠기 때문이다. 엄마가 고통에 신음하면 아이는 책을 들고 마당에 앉아 긴 시간 책을 읽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면 공책을 들고 나와 글을 썼다. 아이가 쓴 글은 모두 이런 패턴을 유지했다. 그렇게 위태롭던 아이 엄마의 건강은 다행스럽게도 많이 좋아지셨다. 이 아이가 더는 글을 쓰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에게 글은 간곡한 희망이자 피눈물 나는 절망을 쏟아내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좋아서 쓴 글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가 더는 글을 쓰지 않는 까닭도 불행에 끝에 서서 애절하게 글을 쓴 경험 때문이지 싶다.

아이의 고통을 읽는 이들은 소질이라 여겼던 것이다.

잘 자라는 아이가 더는 글을 쓸 이유가 없었으면 싶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 해도 누군가의 고통 속에서 나온 것이라면 반가워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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