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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Feb 26. 2023

박힌 돌이 튀어나가다.

아이들간의 관계

 "절친!" 20년 교직 경험으로는 주로 여자 아이들이 많이 쓰는 말입니다. 이 관계의 특징은 늘상 붙어 다닙니다. 다른 이의 접근도 쉬이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관계는 겉으로 보기에는 철옹성 같이 견고하게만 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단단한 만큼 한번 금이가면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번 깨지면 다시 붙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끼리 절친이라 서로를 칭하면 주의깊게 관찰하게 됩니다. 


 올해는 참 특이하게도 남자 아이들 둘이 붙어다닙니다. 밥을 먹을때도 화장실을 갈때도 늘 함께 입니다. 좀처럼 남자아이들에게서 보기 힘든 일이었지만, 그냥 신기하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부터인가 이 두 남학생의 거리가 멀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밥을 먹을 때는 맨앞과 맨뒤에 섭니다. 유심히 관찰하니 둘중 한 아이가 다른 남자아이와 같이 다닙니다. 나머지 한 아이는 혼자 입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낸 것입니다. 말수도 적고 내성적인 두 아이의 냉냉한 관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접근도 어렵습니다. 혼자 다니는 학생의 학부모와 통화를 하니 2년 뒤에나 말하겠다하며 이 일을 입에 담는 것도 싫은 내색을 한다 합니다. 서로의 감정이 어디서부터 어긋난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나머지 한 아이도 다른 아이들 주변을 맴돌면서 어울려보려 애를 씁니다.


 그래서 아직은 더 지켜보기로 합니다. 내가 화해하라 한들 좋아질리 없습니다. 툭탁거리고 싸운거라면 차라리 해결이 쉬운데 이건 이슬비 마냥 천천히 젖어들었기에 틀어진 이유도 알기 어려워 보입니다.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의 문제라기 보다 성향이 문제인듯 합니다. 같이 있어 불편하면 다른 친구라는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이녀석들은 친구가 단 한명 뿐이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 발생한 문제 입니다. 사람의 행동양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데 어른이 되어서까지 저러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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