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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Feb 26. 2023

첫인상 타령 2010

3월 새학기 시작을 앞두고

'첫인상이 중요하다?'

'첫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3월이면 듣던 소리. 아직도 듣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경력이 짧았을때 한동안 이런 어줍짢은 소리를 어지간히 들어왔습니다. 요즘은 나보다 젊은 분들이 신규교사들에게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저런건 왜 대물림을 하는지 의아하다 생각하곤 합니다. 


"첫인상?"

 미팅을 나온게 아니기에 이게 왜 중요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경력이 벼슬인줄 아는 이들이 이토록 첫인상을 강조하는 이유는 학생들을 손아귀에 움켜잡겠다는 의미 입니다. 전쟁을 할것도 아니고 무엇인가를 빼앗아야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는 '학생들에게 무시당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강한 첫인상이 중요하다 합니다. 


"싸우러 나온 것도 아닌데 강한 첫인상은 왜 필요할까요?"

 아이들은 싫으면 멀리가고 좋으면 다가옵니다. 자꾸 다가와서 장난을 건다는건 친근함의 표시 입니다. 물론 수시로 선을 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선까지 장난을 받아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수위를 정해주시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잘 지킵니다.

 교사를 좋아해야 학생들의 배움도 효과가 있습니다. 말을 했을때 지키려 행동합니다. 교사가 싫으면 학생들은 잘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교사 책상 주변으로 임의의 라인을 그어서 학생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교사도 가끔 봅니다. 이게 과연 좋은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첫단추?"

 신제품을 런징하는 PT라면 처음이 중요합니다. 출시된 신제품의 초기 반응을 올려야 매출이 오릅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필수일듯 합니다.

"교사가 이럴 필요가 있을까요?"

 3월 한달동안 진을 빼며 무엇인가 해보겠다고 열정을 불태우는 분들을 가끔 보아옵니다. 그 텐션을 마지막 달까지 유지하면 좋겠지만, 1년은 그리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첫단추가 어긋나면 다시 풀고 처음부터 채우면 됩니다. 


 학생들 개개인의 특성이 다르고 교사와 합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사가 학생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고 그 모두를 품을 수도 없습니다. 어디까지 손을 잡아 이끌고 어디까지 손을 거둘지 자연스레 보이기 마련입니다.


 교사가 바꿀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하고 절대 고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 발생합니다. 7-12년 살아온 아이들을 단 한해동안 바꾸겠다는 생각은 과욕이고 오만입니다. 자칫 갈등의 골만 깊어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 실력이 성장하면 보람있고 감사할 일이고 그도 아니라면 건강하게라도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면 고마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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