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변화
"전 남자 싫어해요. 남자 혐오증인데"
"선생님도 남자로 봐주면 안될까?"
"싫은데요. 메롱"
속내를 훤히 드러내는 아이와의 대화였습니다.
보호자의 이혼과 재혼을 알고 있었던 터라 조심스런 녀석 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교탁을 맴돌더니 이제는 장난을 걸어 옵니다. 그러다 점프하며 무릎에 올라탑니다. 떨어지라 밀어내지만, 계속 달라 붙습니다.
"엄마한테 이른다."
교사인 내가 아이에게 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협박입니다.
"엄마도 알아요."
하지만, 이 아이는 미동도 없습니다.
이리 매달리는걸 정말 보호자도 아나 싶어 학부모와 통화를 해봅니다. 아이말처럼 엄마는 정확히 상황을 알고 계십니다.
"아이가 그래도 선생님을 좋아해서 다행이에요."
ㅠ.ㅠ
'아이의 장난에 무릎 도가니가 시큰시큰 합니다.'
결국 매몰차게 이 아이를 밀어내지는 못합니다.
"선생님 무릎뼈가 튀어 나갈것 같아!"
아무리 말해도 올라타기 위한 아이의 점프는 점점 더 높아만 갑니다.
학기가 끝날 무렵 아이의 입에서 "아빠가 사주기로 했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아빠인지 새 아빠인지 알수는 없지만 호칭이 변했습니다.
'남자가 아닌 아빠'
다행스런 일입니다.
학기가 끝나는 마지막날
"저 이제 남자 안싫어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아이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쩌면 이 녀석은 깔깔거리고 장난쳤어야할 영유아 행동을 모두 나에게 풀어버린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