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사실이 아니다.

체계적 변조

by Aheajigi

우린 기억에 의존해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며 살아간다. 이따금 옛 추억을 떠올려 신나게 떠들고 웃어제끼기까지 한다.

이처럼 기억이 우리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실명을 해서 눈앞을 전혀 볼 수 없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태어나면서부터 시각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또 다른 사람은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시력이 온전치 않았던 이에게는 이식 수술을 통해 눈의 기능이 돌아오도록 도왔고 사고로 시력을 잃은 분에게는 흑백 카메라를 시신경에 연결했다. 카메라 성능이 좋지 않아 픽셀이 보이는 상태였다.

어느 쪽이 사물을 식별할 수 있었을까?

이식을 통해 선명하게 사물이 보이는 사람?

픽셀이 보이는 레벨의 카메라 정보를 뇌로 전송 박는 사람?


선천적으로 시력에 문제가 있는 분은 객체에 대한 정보 부재로 본인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반면 픽셀로 깨져서 보이지만 보는 경험이 축적된 분은 대부분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억은 단순히 추억팔이가 아니라 우리가 보고 듣고 판단하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기억이라는 것이 매우 선명하게 각인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억하고 싶은 조각들만 모은다던지 아니면 스스로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조작 내지는 변조를 한다. 노년층 내지는 기성세대들이 스스로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며 흠결하나 없이 자라온 것처럼 다음 세대들에게 뻔뻔스레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사자들은 자신의 기억이 사실이라 확고히 믿을 테지만, 같은 기억을 소유한 또 다른 누군가와 대조하면 금방 틀린 점이 나타난다. 술자리에서 나잇값 못하는 이들끼리 툭탁거리며 싸우는 근본적 원인이다.


당신들의 기억을 믿지 마라.

절대 사실일 수 없다.

불리한 부분은 편집했을 것이고 위변조로 스스로를 완벽한 존재로 만들었을 테니 말이다.

감추고픈 기억을 숨기고 있다 생각할 테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추악함이 지워졌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 정도의 자각도 못한다면 자신은 착하고 완벽한 신적 인간이라 망상에 빠져 살아가게 된다.


트럼프 같이 자아도취에 빠진 한심한 노인네~ 닮고 싶을까?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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