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환자가 처량해 보인 이유

가장 소중한 것을 깨닫다.

by Aheajigi


아버지의 암수술로 일주일 간병을 했었다. 이틀차 되던 날 등장부터 요란한 환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1인실은 병실이 없고 2인실은 보호자 간병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5인실에 있자니 참 불편했다.


차분히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아버지 맞은편에 입원하신 요란한 환자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움직임이 큰 것은 아니었다. 간호사와 끊임없이 언쟁을 일으켰다. 오만 짜증을 간호사들에게 부리다 결국 젊은 의사 선생님께 한소리를 듣고서야 잠잠해졌다.

어디다 전화를 하는지 자기가 의사나 간호사와 싸워서 이겼다고 자랑질을 했다.

'내 보기에 싸움이기보다 짜증만 부렸는데, 의사로부터는 주의하라 듣고 찍소리도 못하는 걸 봤건만. 허세는 이 병실에서 저분이 최고 신듯 했다.'


누군가에게 전화상으로 싸움이 자랑이라니. 병원에 입원한 목적이 치료였다면 저럴 수는 없지 싶었다. 본인이 병원에 입원한 목적을 망각한 환자라 어처구니없었다.

철부지 시절에도 센 척하는 이들은 대부분 별 볼 일 없는 부류였는데. 얼마나 자신의 삶에서 자랑질할 게 없어 싸움질을 떠벌릴까 싶었다. 60세가 넘어서도 저러고 있음을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그 긴 세월 몸만 늙어갔을 뿐 사고나 행동은 손가락 한마디만큼도 자라지 못한 증거였다.


아버지가 어느 정도 거동을 하시고 식사도 하시면서 난 집으로 돌아왔다. 초기 발견에 수술도 잘 끝났다고는 했으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평소에 하지도 않던 전화를 매일 드렸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셨는지 아버지는 남걱정까지 하시고 계셨다. 맞은편 환자 소식을 소상히도 전해주셨다.


맞은편 환자가 화장실을 갔다 오시다 쓰러졌단다. 중환자실로 옮겨야 해서 보호자와 연락이 필요하다 의료진이 전달했는데 이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셨다. 간호사들이 이혼한 부인에게 연락하니 오지 않겠다고 했고 자녀들의 연락처는 바뀌어서 연락 두절 상태였다고 했다. 형제에게도 연락을 했지만 모두 병원에 오기를 꺼려했단다. 결국 병원에서 민간복지 관련 단체에 연결시켜 주어 중환자실로 겨우 옮길 수 있다고 하셨다.


'보호자 한 명이 없어 전화를 돌리고 돌리다니!'

그분은 평생 센 척 하나를 자존심처럼 곧추 세우며 살았을 텐데 결정적인 순간에 옹색할 만큼 초라해져 버린 것이었다. 어떻게 살면 가족들에게까지 철저하게 외면당할 수 있는 것인지 신기했다.


그분도 일부러 이런 상황을 의도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가족에게서까지 외톨이로 취급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직관했다.


현재 내가 미래 나를 외롭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참 많은 것들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뜻하지 않은 교훈을 몸소 남겨주신 그분도 잘 치료받으시고 퇴원하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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