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꼰대.

교육 2021-8

by Aheajigi

10여 년 전 강의를 부탁받고 지역교육청에서 연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연수가 끝나고 관련 서류에 서명을 해달라기에 평소 하듯 서명을 했다. 잠시뒤 장학관이 잠깐 앉아보란다. 그리고는 서명에 대한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요지는 자필 서명은 상대방이 알아볼 수 있게 어느 정도 정자체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알았다고 대충 넘기며 일어서기는 했으나 본인임을 인증하는 서명에 무슨 정자체를 운운하는 것인지?(날조 방지를 위한 서명에 정자체라니 다시 생각해 봐도 기가 찬다.) 분명 서명란 옆에 프린팅 된 이름이 있건만 이걸 못 알아봐서 또 정자체로 자필 서명을 하란 소리인지 의아해했다.


어째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리가 나왔는지 최근에서야 알았다. 근대에나 있을법한 도장 문화가 여전히 살아있는 일본에서는 하급자가 결재란에 도장을 찍을 때 인사하듯 기울여 찍어야 한다고 한다.(이것이 일본 직장문화의 예의란다.) 최종 결재권자만이 똑바로 도장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꼿꼿이 서서 인사받듯!) 같은 맥락으로 보면 내가 휘날려 쓴 서명이 아랫사람으로서 건방져 보인다는 의미였던 것을 돌려 말했던 것이었다. 그걸 그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강의해 달라고 불러놓고 하대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무슨 강의를 하던 한심한 꼰대들은 머리 조아리는 모습만을 원했던 것이다. 자리는 차지하고 있으나 대접받는 것 말고는 딱히 아는 것도 없는 이들은 정말 답이 없지 싶다. 지금도 그 자리를 노리는 많은 이들은 능력치보다 자리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느라 열일 중이다. 뭐가 바뀌기를 기대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