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안중에도 없는 막막한 학교.

좋은 추억이 학교에 있었다면

by Aheajigi


난 개인적으로 학교에 대한 좋은 추억은 그다지 없다. 가야 한다기에 갔고 해야 한다기에 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암묵적 압박도 내가 학교에 꾸준히 가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지 싶다.


학창 시절 학교라는 곳은 권위는 없고 권위주의만 가득한 곳이었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는 두툼한 지도서를 들고 들어와서는 국어시간인 양 읽어댔고 윤리 교사는 스승의 날 선물을 주지 않은 학생들 이름을 적겠다고 3월부터 엄포를 놓더니 정말 기록하고야 말았다. 생물 교사는 주칠판과 보조칠판 가득 판서를 하고서는 학생들이 들어올 때마다 필기를 하라 했고 단 한마디 지도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간 판서만 베끼다 끝이 났다.

이런 이들을 겪고도 내가 교사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과 출신이었고 화학과목을 좋아했기에 화학과를 가겠다고 진로상담시간에 말을 꺼냈다. 그때 마침 지나가던 화학 선생님께서 "화학 하면 굶는다."라며 강력한 한 마디를 남기셨다. 더는 할 말이 없어 난 진로 상담을 어머니와 담임선생님께 맡기고 교실로 향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바라셨던 어머니와 내 점수에 맞는 학교를 추천하신 담임선생님의 합작품이 나를 지금의 교사로 만들었다.


교사인 나조차도 학교에 대한 좋은 기억이 그다지 없는데 학부모들이라고 다르랴 싶어 늘 조심하긴 한다. 더불어 학생들에게 학교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많은 활동들을 하려 시도는 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루하고 따분하며 견뎌내야 하는 공부란게 중앙에 딱하니 박혀 있기에 나의 이런 노력들은 빛을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는 한다.

일개 교사인 내가 아등바등한다고 갑작스레 학교에 좋은 기억이 생기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안다. 교육정책을 총괄한다는 상급기관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시도조차 하지 않기에 답답함은 더해간다. 하다 하다 이제는 AI를 이용하여 학력을 증진시키겠다는 헛소리까지 하고 있다.

AI가 교육에 접목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며 검증도 시도해야 하건만 일단 시도부터 하겠단다. 이들이 생각하는 학력이 무엇인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마당에 줄기차게 학력만 언급한다. AI가 학생들을 공부시킬 수 있다는 너무도 한심한 놀라운 정책 담당자들의 발상을 정작 AI는 불가능하다 대답하고 있으니 이를 어쩌나 싶다.

안 그래도 학교에 좋은 기억이 없는 마당에 AI까지 가세시켜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니 정말 학교는 언제쯤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될지 막막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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