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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pr 02. 2023

묻혀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

절대 드러나지 않기에


 조용히 제 몫을 다하는 아이들은 정말 눈에 띄지 않는다. 단지 조용하다는 이유만으로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까닭에 교사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묻힌 듯 지나간다.


 워낙 그리 살아왔기에 조용한 아이들은 교사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절대 불평불만도 하지 않는다. 잘하는 아이들은 잘한다고 눈에 띄고 진상인 아이들은 문제라서 관심을 받음에도 묵묵히 할 일을 알아서 하는 아이들에게는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다. 차분하고 성실한 아이들이 손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속이 상한다.


 해마다 조용하면서도 꾸준한 아이들 찾는다. 유심히 관찰하고 잘하는 점을 부각해 주려 신경 쓴다. 나 또한 학창 시절 교사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였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응원하면 발전 가능성이 높음을 알기에 이런 아이들은 내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렇게 찾아낸 몇몇 아이들은 특성을 살려 교외 공모전 지원에 도움을 준다. 결과 또한 나쁘지 않아 아이들 자존감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는 차분한 아이들이었던 녀석들의 행동반경과 목소리가 커지는 결과를 불러온다. 그래서 알았다. 조용해 보이는 아이들은 상황변화에 조심했던 것뿐이란 사실을 말이다. 조용한 아이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며 관심 받고픈 욕망이 있음을 알았다.


 올해도 몇몇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목소리가 너무 작고 사진을 찍자 하니 눈이 아래로 내려가는 녀석이다. 끝까지 과제를 수행하는 성실함을 칭찬했더니 칠판 앞에 서서 발표하는 것도 거부하지 않고 수행한다. 마이크를 잡고 또박또박 말하기에 잘했다 칭찬하니 며칠 전에는 화장실 가도 되는지를 나에게 처음으로 물어온다. 서너 달 지나면 이 아이의 웃음소리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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