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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r 03. 2023

찔러보기도 누군가에겐 상처다.

오지랖의 만연


 "이 아이가 얼굴을 드러내기 싫은 이유"


 머리카락은 코끝까지 내려왔고 마스크는 눈밑까지 가려져 있었으며 흰 모자까지 꾹 눌러썼다.

 분명 사연이 있겠지 싶어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물론 아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 정보도 있었기에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었다.

 한쪽 보호자였던 분이 외국인이었기에 아이에게도 이국적 외모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아이를 양육하는 보호자와 전화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 지속적인 찔러보기가 있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시작은 어린이집 등원 때부터 시작되었단다.


"넌 왜 우리랑 달라?"

 이런 가볍다 생각하는 말들이 이 아이에게 누적된 상처가 되어왔던 것이었다. 오늘도 이웃반 아이 하나가 이 아이의 앞에서 뒷걸음질 치며 얼굴을 본답시고 장난질이다. 그 녀석은 장난일지 모르지만 이 아이에게는 아픈 곳을 또 찔러대는 상처다. 아이가 어떻게 대처하나 봤더니 그냥 달아난다.


 "손을 오래 씻어도 봤단다."

 계속 씻으면 피부색이 옅어질 것이라 아이가 생각했단다. 그래서 한참을 세면대 앞에서 손만 씻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그 때문인지 아이는 여름에도 반팔 옷을 입지 않는다 한다.

 누군가를 만나는 게 스트레스인데 학교는 아이에게 가장 거북한 장소였을 터. 지난해 연이어 지각을 했단다.


 철없이 찔러보는 것이 잘못이라 주변 모두에게 말하면 아이들은 부담스러움에 이 아이 곁에서 멀어진다. 자연스레 친해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게임활동을 시켜본다. 그닥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이 아이도 참여한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등교시간과 첫 수업시작 시간까지의 20여분 여유시간을 이용해서 계속 운동장 게임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이 아이와 다른 아이의 접점을 늘려보기 위한 방안이다. 어울리다 보면 이 아이의 상처도 옅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에서 비롯된 시작이었다.


 이 이가 누군가의 찔러보기에도 상처받지 않는 용기가 생기길 바란다. 태연하게 넘기고 당차게 받아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계속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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