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eajigi Apr 06. 2023

제발! 떨어져 줄래?

매달리는 아이 떼어내기


 올해도 거리두기는 실패인가 보다.

 초기에는 잘 유지한다고 생각했다. 슬금슬금 다가오는 녀석을 모른척 내버려둔게 화근이다. 점점 다가오더니 매달리기 시작한다. 며칠 떨어지라 말하다가 결국 아이 양육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좋다고 다가오는 것을 떼어내는 것이 아이에게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아이가 좋아서 다가오는 것은 아는데 스킨십이 좀 과해서요..."

 애둘러 말을 꺼내기도 참 민망스럽다. 전반적 활동은 잘하고 즐겁게 지내지만, 과도한 스킨십이 부담스럽다는 뉘앙스를 전달했다. 난 사실 아들 말고는 그 누구의 아기도 여지껏 안아본 적이 없다. 한번 안아보라고 권해도 완강하게 거절한다. 살아오면서 내가 유일하게 스킨십을 먼저 취하는 대상은 아내와 아들 뿐이다. 싫은 것은 아니나 뭔가 불편하다. 아마 그 정도의 친밀감을 느끼지 못해서인가 보다.

 내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허물어 버린 것에는 삼촌들의 역할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두명의 삼촌이 아버지에게 사기를 쳤고 그 피해는 고스란이 우리가족이 떠안았다. 난 명절때도 삼촌일가에게 고개만 숙이고 인사할뿐 단 한마디도 섞지 않았다. 이제 다들 돌아가셨지만, 앙금이 사라지지 않았기에 명절 가족 모임에 찾아가지 않는다. 해서 이제는 남보다 못한 사촌들과 어떠한 연결 고리도 없다. 사기꾼 밑에서 자란 그들이라고 다를바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내가 직계가족 이외에 그 누구도 깊게 믿지 못하고 더불어 스킨십도 불편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막연하게 추측은 한다. 


 아침에 학교에 왔더니 그 녀석은 책상에 머리를 대고는 엎드려 있다. 수업이 시작되니 끊임없이 투덜거린다. '그런걸 왜 엄마한테 일러서...' 원망을 이렇게 표현하나 싶었으나 모른척 한다.


 학부모와 통화중에 어느 정도 선을 정해주시면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녀석에게 얼만큼의 선을 엄마가 허용했는지 물었더니 터치만 승낙 받았다고 한다. 내 몸인데 다른 집 아이와 그의 보호자가 허용하는 이 상황도 뭔가 싶긴 했다. 결국 난 또 다시 터치를 당해야 하는 입장이 된듯 싶었다. 다행스레 오늘 그 녀석은 이전처럼 매달리지는 않았다. 점심 시간 전까지 사춘기 소녀 마냥 툴툴 거리더니 집에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다시 헤헤 거리며 웃는다.


난 아이들 머리 쓰다듬어 주는 정도가 딱 좋은데...


매거진의 이전글 묻혀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