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걷다 보면 숨이 차는 오르막도 있고 선선한 바람이 땀을 말려주는 내리막도 만난다. 어두운 터널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음을 알기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건 나름 평온할 때 이야기다.
삶의 무게가 버틸 수 없을 만큼 버겁거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너진 상태라면 나지막한 오르막도 짧은 터널 앞에서도 사람은 좌절하기 마련이다.
팔이나 다리를 삐끗해서 깁스만 해도 일상이 불편해진다. 목발을 짚고 계단을 오르내릴 상황에 직면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길을 걷다 혹은 운전을 하다가 설사 신호만 와도 직전까지의 모든 평온함이 완벽하게 깨진다. 이런 미미한 일들로도 난감한데 정신 혹은 육체적 밸런스를 완전히 잃었다면 절대로 희망이 보일리 없다.
벗어나야 함을 안다. 발버둥 친다. 그럴수록 수렁에 점점 더 깊게 빠진다. 좌절이란 삶의 늪은 벗어남을 호락호락 내어주지 않는다. 코앞에 닥친 삶의 고통도 벗어나지 못하는 마당에 먼 곳은 보일리 없다. 그런 사치는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
실상은 '어찌해야 하나'란 생각도 안 든다.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길을 잃었다는 판단에 무기력해진다. 난 사실 여기서 한발 더 갔다. 이대로 죽었으면... 우울한 20대 시절 내 모습이다.
어떻게 그 암울한 시간을 벗어났는지 이젠 기억도 없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단지 눈앞에 닥친 일들을 그럭저럭 처리하는 것뿐이었다. 운이 좋아 지금은 안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 언제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항상 품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