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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pr 09. 2023

글은 나에게 산재된 생각의 정리이자 해우소

글을 쓰며 차분해지다.


 몸이 무거워지면 기분도 가라앉는다. 몸이야 누적된 피로로 인해 그럴 수 있다지만 기분이 함께 주저앉는 이유를 몰랐다.

 웬만하면 외면하고 하고픈 말도 대부분 넘기다 보니 불편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항상 너저분하게 뇌리를 채우고 있었다는 점을 자각하지 못했다. 머릿속의 탁함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잠시 가라앉는 것뿐이었지만 이걸 난 해소로 착각했다.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으로 일렁이거나 피곤으로 몸이 깔아지면 가라앉았던 불편한 잔재들이 다시 움틀거려 내 시야를 뿌옇게 가렸다. 이런 것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반복하고 있었으니 원인 모를 침을 함은 내게 밀려들기를 반복했던 것이었다.


 불편함을 선사한 대상에게 터트려봐야 일은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 뻔했다. 가까운 이들에게 말한다 하여 달라질 것도 없었다. 말한들 해결될 일도 아니거니와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텐데 내 짐까지 더하는 건 내 스타일상 맞지도 않았다. 결국 모든 것들이 내가 생각하고 정리해야 끝날 문제들이었다.


 갖고 있던 불편함을 들추기에 글만큼 적당한 방법도 없다. 이건 나의 정신과 나의 글 간에 상호작용이기에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일까 빈번히 정선되지 않은 글들을 올리고 있다. 쓰면서는 나름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는데 지나고 보면 고칠 것투성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생각들을 범주화시켜 글을 쓰니 복잡한 머릿속이 어느 정도 정리된다. 글로의 표현방식은 적어도 내게 있어 속이 후련해지는 해우소이다.


 풀어헤쳐 정리를 하니 적어도 글을 쓸 때만큼은 차분해진다. 평온하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이 시간이 잔잔하고 안정적이어서 좋다.


 내일 출근을 하면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글쓰기가 감정이 널뛰기를 하지 않도록 차분함에 대한 내공을 길러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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