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특출난 무언가가 없다.

소질도 재능도 모르겠다.

by Aheajigi


발령 첫해에는 미술에 소질이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정말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낸 격이었다. 미술학원은 근처도 가본 적이 없었고 개구쟁이로 낙인찍힌 아이였다. 부전공이 조소였기에 미술시간에 흙을 자주 만지도록 했다. 다른 교과 수업시간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던 녀석이 흙을 만지고는 고요했다. 가만히 지켜보니 집중을 하고 있었다. 손을 부조로 만들도록 했는데 이 녀석은 자기 손을 만져가며 흙으로 근사한 손을 만들어간다. 해부학 지식도 가르치지 않았지만 이미 내가 더 가르칠 것은 없었다. 이 녀석 덕에 흙을 500kg이나 구입했다. 3시간 동안 한마디도 안 하고 조소에 몰입하는 녀석은 이 아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글 쓰는 게 너무 싫었다는 11세 아이는 하루 8시간씩 이틀에 걸쳐 8000자를 써왔다. 수십 번을 고치고 또 고쳐 첫 공모전에 도전했고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다. 아이나 아이의 학부모가 계속 연을 이어가고 싶어 했으나 이미 나를 훌쩍 넘어선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기에 거절했다.

가르치다 보면 재능 있는 아이들을 가끔 만난다. 이런 아이들과 한해를 같이 보내면 발전하는 쑥쑥 자라는 재능이 너무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특출 난 재능이나 소질이 전혀 없다. 정말 그럭저럭 배워서 힘겹게 따라가는 정도이다. 그 많은 교과 중에 돋보이는 실력을 나타내는 것이 없다는 것이 더 희한할 뿐이다. 어쩌면 그 모든 교과를 평균 수준으로만 할 수 있는지...


넓게 퍼진 내 역량이 한 곳으로 몰렸으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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