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함을 만끽하다.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 출근길
며칠 미세먼지로 가슴이 답답했는데 비와 함께 공기는 말끔하다. 깨끗한 하늘에서 내리쬐는 볕은 여름 향을 느끼게 한다. 갓 태어난 새싹들은 연두색 입을 출렁이며 푸르름을 더해간다. 눈부시게 빛나는 평온한 아침이다.
'출근길만 아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물론 조금은 있다.
무엇인가를 얻겠다는 욕망이 가득할 때는 잔잔한 일상의 소중함을 몰랐다. 나름의 목표에 도달하는 그 잠깐의 순간만이 기뻤을 뿐 내 눈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해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오르는 게 행복이고 그것이 성공이라 착각했던 것이다.
오름에는 끝이 없다. 채워질수록 갈증은 더해갔다. 욕망이란 녀석은 한없이 커질 뿐 결코 만족을 모르는 대상이란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것이다.
나의 질주 본능에 제동을 건 것은 건강악화였다. 폐농양부터 담낭제거 수술까지 연이어졌다. 아버지의 간암수술 뒤에 알게 된 사실은 고모들도 모두 간경화나 간암이란 사실이었다. 내게 남은 삶도 무한하지 않음을 몇 번의 입원과 아버지 간병을 통해 각인할 수 있었다.
하던 많은 것들은 내려놓았다. 이제 잡고 있는 것이라고는 가끔 쓰는 동화와 일상을 끄적이는 이 브런치가 전부이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아버리니 일상이 평온하다. 예전 같으면 지루하다 싶었을 테지만, 이런 잔잔한 일상이 또 언제 거친 풍파로 흔들릴지 모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
20분 걷는 출근길, 눈부시게 빛나는 봄날 아침이 마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