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참기 - 나의 미련함

이걸 참다니 참...

by Aheajigi


운전 중 누군가 내 눈을 조금씩 가리듯 시야가 좁아졌다. 허벅지를 꼬집고 창문을 열어가며 겨우 병원에 도착했다.

"폐렴이네."

"그럼 통원 치료가..."

"꽤 오래 참은 것 같은데. 환자분 그러다 죽어요."

왼쪽 폐 1/3에 물이 찬 줄도 몰랐다.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 한 달 넘게 듣지도 않는 감기약만 먹고 버틴 나의 미련함이 병을 키웠다. 정확한 병명은 폐농양이었다. 병원에서 주는 밥은 입에서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내 혀를 휘감고 있는 맛은 처음 느껴보는 강한 약인 듯싶었다. 간호사 말로는 항생제가 병원에 있는 것 중에서 강한 것에 해당돼서 입맛이 없을 것이라 투약 전에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강력할 줄은 몰랐다.

10일 입원 기간은 7일, 5일로 줄어들어 일주일도 안되어 퇴원을 했다. 계속 폐농양 덩어리가 기침과 함께 계속 나왔다. 수시로 입에 피고름을 물고 있게 되어 출근은 불가능했고 그렇게 2주간 병가를 써야만 했다. 약을 먹고도 고통이 줄지 않았을 때 빨리 큰 병원으로 갔다면 이런 수고를 할 일도 없었을 텐데 미련하게 고통을 참은 내 실수였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런 일을 겪고도 난 정신을 차리지 못했나 보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이번에는 복통이 몰려왔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통증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몇 분 만에 잠잠해졌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루하루 고통의 강도와 통증의 시간은 늘어났다. 병원을 가기 전 보름은 새벽마다 한 시간 넘게 배를 움켜잡고 통증에 끙끙거렸던 듯싶다. 내가 보름을 더 참아야 했던 이유는 장학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통증을 참아가며 뭘 얻겠다고 그렇게 미련한 짓을 했나 싶기도 하다. 배와 등 쪽에서 누군가 손을 넣고 내 장기를 움켜쥐고 계속 비틀어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의사는 그 통증을 어떻게 참았냐며 고개를 갸우뚱했고 그 말을 듣던 아내는 또 고통을 참았냐며 한숨을 쉬었다. 초음파 검사결과 담낭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했고 결국 절개 수술을 했다. 이 정도면 난 정말 미련 곰탱이지 싶었다.


내일은 학교에 병가를 냈다. 병이 발병한 것은 아니나 치료가 필요하다기에 서둘러 예약을 잡고 움직인 것이다. 또다시 고통을 참는 미련한 짓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제는 경고 시그널이 뜨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 움직인다. 한동안 약봉지는 달고 살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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