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끝 공허함

비주류라 그런 것은 아니다.

by Aheajigi


가끔 피하지 못하는 술자리가 있다.

적당히 맞추고 적당히 떠들고 웃어준다.

정말 적당히 딱 거기까지.

사회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일 뿐 그 이상은 없다.


다들 신이 났는지 2차를 간단다.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지치기도 하고 뭔가 공허함만 남는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 술자리를 피하는 것은 아니다. 같이 맞춰주고 떠들다 보면 난 점점 지쳐간다.


하루 종일 목을 쓰는 직업인데 또 말을 하는 게 힘들다. 내 목이 그 정도의 강도를 이제는 버티지 못한다. 지금도 목에서 통증이 올라온다. 술자리를 주도하며 신나게 떠드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맞장구를 치려면 또 말을 해야 한다. 말을 한다는 게 이렇게 에너지 소비가 많은 건 나뿐인지 모르겠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교류를 한다는 의미이고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게 아니기에 결국 또 말을 해야만 한다.

더불어 말에 담겨 있지 않은 상대의 표정 속에서 적잖은 정보를 읽어야 한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말하는 의도 내지는 숨은 의미가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말을 하러 온 것인지 말을 듣기를 원하는 것인지 대화 속에서 행간을 읽어내야 한다. 말은 본디 어떤 의도를 담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온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면 대화는 불가능하기에 머리가 아파온다.


술자리가 힘든 건 마시지 않는 술 때문이 아니라 말 때문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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