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도 배워야 안다.

학습연구년

by Aheajigi


2017년 크게 번아웃이 왔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러나 가장이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학습연구년"

우연히 알게 된 제도였다. 급여를 받으면서 학교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안전 해방구였다. 공문을 찾아 선발 절차를 파악하고 준비했다. 간절했기에 준비는 철저했다. 연구계획서가 통과되었고 최종 면접까지 합격되었다.


교직 통털어 딱 한 번만 주어지는 1년간의 달콤한 일탈(일상탈출)이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교육청으로 이틀만 출근하면 되었기에 나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간은 넘쳐 흘렀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손에서 놓아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하루하루가 어색했다. 도태된다는 불안함까지 엄습했다.

해서 결국 무엇인가를 또 손에 쥐었다.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온전한 쉼을 배우고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일이난 일이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평온한지 조차도 모르고 삶을 살아온 것임을 1년 휴식을 접하고서야 깨달은 것이다.


낮잠도 실컷 자보고 어디론가 차를 끌고 나가보기도 했으나 그것이 온전한 쉼은 아니었다. 마음까지 평온하지는 않았기에 그러했다.

그렇게 6개월이 흐르고서야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평온한지 찾았다. 조용하고 한적한 길을 홀로 걸을 때 내 마음은 가장 고요했다. 운동으로 시작했지만, 걸음 속도를 줄이고 느긋하게 움직이자 그냥 좋았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다가 경치도 구경했다가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걷는 것은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때 경험 덕분인지 이제 힘들거나 번아웃이 온다 싶으면 조용히 걸을 곳을 찾아 길을 나선다. 안 하던 조퇴를 종종 하는 것은 쉼을 찾아 걷고 싶은 이유에서다.


워커홀릭에 빠진 이들은 그것을 보람으로 착각한다. 그러다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결국 무리가 병으로 오기 마련이다.

덴마크의 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중간 쉼을 찾는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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