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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y 07. 2023

한결같은 녀석.

안타까움.


 20여분 남짓 걷는 출근길은 예전과 다름없었다. 하늘은 푸르렀고 공기는 맑았다. 교실로 첫발을 들이는 순간 피로감이 몰려왔다. 내가 한동안 시름시름 앓았음을 잠깐 잊었던 것이 원인이지 싶었다. 6교시까지 과연 기침을 참아가며 수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한결같은 이 녀석은 안 그래도 말수를 줄여야 하는 내게 잔소리를 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덕분에 다시 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 하니 그건 안된다며 소리를 지른다. 팔과 다리에 매달려 쉬는 시간까지도 날 가만두지 않는다. 말을 아껴야 마지막 시간까지 버티겠다 싶어 내버려 두었더니 더 신이 난 모양새다. 참다 참다 조용히 한마디 건넸다.

 "내일은 서로 못 볼 듯싶은데."

 잠깐 멈칫하더니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좀 알아들었나 했건만 다음 쉬는 시간이 되니 원상복귀다.


 아이들 돌려보내고 카네이션 만든다며 난리를 친 교실 바닥을 청소했다. 수업시간 내내 겨우 참았던 기침을 연신 해대고 있다 보니 기운은 없었다. 원래 교실이 이리 넓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넘치는 에너지를 나한테 달라붙는 게 아닌 다른 것에 쓰면 좋으련만, 어떤 부분에 결핍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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