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분 남짓 걷는 출근길은 예전과 다름없었다. 하늘은 푸르렀고 공기는 맑았다. 교실로 첫발을 들이는 순간 피로감이 몰려왔다. 내가 한동안 시름시름 앓았음을 잠깐 잊었던 것이 원인이지 싶었다. 6교시까지 과연 기침을 참아가며 수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한결같은 이 녀석은 안 그래도 말수를 줄여야 하는 내게 잔소리를 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덕분에 다시 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 하니 그건 안된다며 소리를 지른다. 팔과 다리에 매달려 쉬는 시간까지도 날 가만두지 않는다. 말을 아껴야 마지막 시간까지 버티겠다 싶어 내버려 두었더니 더 신이 난 모양새다. 참다 참다 조용히 한마디 건넸다.
"내일은 서로 못 볼 듯싶은데."
잠깐 멈칫하더니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좀 알아들었나 했건만 다음 쉬는 시간이 되니 원상복귀다.
아이들 돌려보내고 카네이션 만든다며 난리를 친 교실 바닥을 청소했다. 수업시간 내내 겨우 참았던 기침을 연신 해대고 있다 보니 기운은 없었다. 원래 교실이 이리 넓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넘치는 에너지를 나한테 달라붙는 게 아닌 다른 것에 쓰면 좋으련만, 어떤 부분에 결핍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