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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y 05. 2023

어린이날 온도차

비까지 온다 하니


 아이들은 어린이날을 기다리기는 한다. 그 기대치가 모두 같지는 않다.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들어주는 보호자도 있지만 무관심으로 넘어가는 집들도 있다. 삶에 무게가 버겁고 안 버겁고의 문제라기보다 자신들의 자녀에 대한 성의 차이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아이들도 올해 자신의 어린이날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이전 사례를 토대로 대강 예견하고 있다. 아이들 마다 어린이날에 대한 온도차가 나는 까닭이다.


 어린이날 뭘 할 것인지 묻지 않는다. 속만 쓰린 녀석들도 적잖이 있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국외체험학습을 다니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보호자의 갈등이나 문제라는 짐까지도 나눠지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노동에 시름하는 아이들을 보여주게 된다. 현재 상황이 불만족스러운 아이들에게 너희가 최악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려는 의도는 아니다. 어린이날에 대한 불평을 조금이나마 다른 것으로 전환하려는 얕은 술책일 뿐이다.

 학급 운영비 일부를 어린이날 선물로 이미 구입해서 나눠주었다. 에어소파를 학생수만큼 구입해서 주었더니 한 녀석도 빠짐없이 모두 집으로 가져갔다. 뭐 하나 챙기라면 빼먹기 일쑤인 10살짜리들이 이렇게 퍼팩트하게 행동하는 것은 처음 본다.


 어린이날에 비소식이 있다고 아우성친다. 수업을 한 시간 남겨두고 운동장으로 나가자 했다. 게임을 진행했고 아이들은 신난다 뛰어다닌다. 끝나기 5분 전 잠깐 모여 있으라 한 뒤 아이스크림을 잔뜩 구입해 손에 쥐어주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내가 줄 수 있는 어린이날 이벤트를 소박하게 진행한 것이다.


 이 꼬맹이들에게 비 오는 어린이날에 대한 서운함이 없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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