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을 뽐내려는 아이

버럭~

by Aheajigi


수업시간 존재감을 뽐내려는 아이가 있다.

쉬는 시간에는 밀쳐내도 달라붙는다.


수업 시간만 되면 마음껏 수다를 떨거나

그도 아니면 낙서를 하거나

빈번히 내가 설명할 때 일부러 헛소리 같은 말장난을 하거나...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어도 들은 척도 안 한다. 이 아이에게 하지 말라는 같은 말을 하루에도 족히 백번은 넘게 하는 듯싶다.


3월부터 내리 두 달 넘게 이러고 있다. 이제는 이 아이가 하는 짓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따라 하는 녀석들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 옆에 접근하지 말라고 해도 잠시 멈칫하다 또 달라붙는다. 점점 수업 분위기는 산으로 간다.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시간까지 이 아이 장난질이 이어진다.


일어서라 아이에게 말했다.

한 번만 봐달라며 아이는 앉은 채로 있다.

다시 일어서라 했다.

이제는 못 들은 척한다.

세 번, 네 번 말하다 결국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깜짝 놀라 일어선다.

다른 친구들 수행평가까지 방해할 거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언제 그랬냐고 나에게 되묻는다.

더 이상 말을 섞어봐야 소용없음을 알기에 잠깐 세워두었다. 몇 분 지난 뒤 다시 앉아서 수행평가를 하라 했다. 쉬는 시간 이 아이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이면 해야 할 것을 말해도 절대 듣지 않냐고 말이다. 앞으로 다시는 내 곁에 오지 말라 했다.


호산구 수치는 스트레스가 적이라는데 지금 내 꼴을 보면 휴직이나 해야 가능할 듯싶었다. 이 아이 덕에 마른기침이 심해졌다. 호산구성 폐렴이 좀 괜찮아지나 했건만 오늘은 수업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하느라 가슴이 뻐근하다.

퇴근 후 이 아이 보호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가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연락을 했단다. 수업시간 장난이 심해서 꾸지람을 들어서 그런 것이라 했더니 알았다며 전화를 끊는다. 내키는 데로 다 하면서 속이 상하시다니 참 뭐라 해야 할지 싶다. 이 아이 이제 겨우 10살인 초등학생이다. 앞으로 중&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할지 궁금하고 싶지도 않다.


좋아서 가까이 오는 아이들을 내버려 둔 내 실수다. 월요일부터는 제대로 아이들과 거리 두기를 해야겠다. 존재감을 뽐내거나 말거나 이 아이는 모른 척해야 할 듯싶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제대로 병가를 길게 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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