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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y 15. 2023

비타민 같은 아이(2)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아이.


 호산구 수치가 왜 높은지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한 달간 알레르기 약을 먹어보자는 것은 가장 흔한 가능성 한 가지를 염두에 둔 접근으로 보이기는 한다. 가래 색깔이 옅어진 대신 말을 할 때마다 연신 마른기침을 해대니 수업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건 기관지확장증 때문일 것이란 것은 알고 있다. 교직 23년에 내게 남긴 선물이란 게 호산구(백혈구) 수치 증가와 만성기관지확장증 그리고 담낭제거 수술이라니 좀 씁쓸하긴 하다.


 스승의 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잘 들어주어 교실은 조용했다. 다들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평소와 다른 것은 수업시간 계속 기침을 하며 힘들어하는 나뿐인 듯싶다.


 비타민 같은 아이는 내가 불안 불안한가 보다. 내가 기침을 할 때마다 미간에 주름이 가득하다. 마치 녀석이 같이 아파하는 듯 보인다.


 쉬는 시간 기침 때문에 생긴 흉통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누군가 내 뒤에서 목을 살포시 안더니 귀속말을 한다. 비타민 같은 아이 목소리였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해서 아무것도 못했어요. 미안해요.  스승의 날 축하드려요."

 난 엎드린 채 콜록 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대답해 주었다.

 "우리 아빤 아플 때 이렇게 안아주면 낳는다고 했는데."

 말을 하면 기침이 나오고 그러면 가슴 통증이 더해져 더 이상 뭐라 대답은 못해주고 아이 머리만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 덕에 기분은 한결 좋아졌으나 날숨만 쉬어도 기침이 나오려 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더 참아가며 수업을 해야 할지 아니면 쉬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비타민 같은 아이의 몇 마디에 힘을 내보려 한다.


 높은 호산구 수치가 알레르기나 기생충 때문인지 아니면 몸 어딘가에 암이 자라고 있는지 그도 아니면 증후군 내지는 백혈병 때문인지 이래저래 침울한 나날이었는데...

 비타민 같은 아이 덕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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